정말 추천하고 싶지 않은 책, '삶이 흔들릴 때 뇌과학을 읽습니다.'
뇌과학에 대한 어려운 책을 최근 읽다가 멈춘터라 조금 가벼운 책으로 속도를 붙여보고자 고른 책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책은 읽지 않는 것도 좋겠다. 이런 서평을 쓰게 되는 책은 또 처음이다.
목차
1. 추천하지 않는 이유
2. 책에서 인상적인 내용
3. 이책에서 개선해야할 점과 이책의 대안이 될 책 추천
1. 추천하지 않는 이유
1) 자기 복제, 15년 전 책과 같은 내용
2009년에 저자는 '착각하는 뇌'라는 이름의 책을 출판했다. 내가 저자가 쓴 책 중, 유독 가벼운 책을 골라 오해가 쌓인 것같아서, 저자의 다른 책들의 서평을 찾아보는 중이었다. 놀랍게도 2009년에 쓴 책의 내용과 2024년에 출판한 책의 내용의 절반(사실 절반이 넘는다.)이 같다. 근거로 가져온 논문들조차도 같다.
저자가 중요하게 여기는 생각들이라 주제가 겹칠 수 있다면, 주제의 동일성에 대해서는 너그럽게 넘어갈 수 있다. 그러나 그가 근거로 가지고 오는 연구들은 15년이 지난 이 책에서도 동일하다. 10여 년동안 새로운 연구가 수없이 쌓였을 텐데 15년 전 연구자료들을을 근거로, 심지어는 본인이 이미 출판하였음에도 그것들을 그대로 가져와서 출판한 것이다. 저자의 책을 이미 읽었던 사람은 더욱이 읽을 필요가 없다.
2) 자극적인 질문에 허접한 결론
'허접하다.'는 표현을 쓰기 까지 많이 고민했으나, 미안하지만 어쩔 수가 없다.
꾹 참으면서 책을 넘기려고 애썼으나 넘길수록 당황스럽고, 황당하다가, 심지어는 짜증이 났다. 혹시 글을 쓰다가 소제목이 뭐였는지 잊어버렸나 싶은 글들이 자주 나온다. 갑자기 내용이 산으로 간다.
또 소제목은 그럴싸하고 궁금한데 막상 열어보면 알맹이가 없는 부분이 많다. 의문형 소제목으로 기대를 잔뜩하게 해놓고 구렁이 담 넘듯이 얼렁뚱땅 마무리를 지으면서 끝을 낸다. 그리고 누구나 생각할만한 문장으로 교훈 아닌 교훈을 던진다. 때문에 읽다가 맥이 풀리고는 했다.
가령, 절대음감에 대한 주제를 보자.
내가 책의 일부를 가져온 탓에 앞 뒤에 생략한 부분이 있고, 거기에는 절대음감과 유전적 관련에 대한 도식, 추가 연구자료 등 조금이라도 더 풀어쓴 내용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할지도 모르겠는데, 정말 없다.
'절대음감은 타고나야하는 것일까?'라는 소제목 아래에는 저 두 문장 외에 '타고난 재능을 가진 야구선수의 훌륭한 성적', '재능이 없으면 빠르게 포기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는 이야기밖에 없다.
하나만 더 보면, 이책에 확신을 갖게 만든다.
출판사의 안목에 큰 아쉬움이 남는다.
2. 책에서 인상적인 내용
바이오 피드백 , 피드백의 중요성은 흥미로웟다.
앞서 너무 날카롭게 비판을 했지만, 빠르게 읽으면서 인상적으로 볼 내용과 종종 너무 간결한 논리가 오히려 설득력 있는 부분이 있다. 바이오 피드백에 관한 부분이다. 우선 그 문제상황은 인간이 자율신경을 조절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리고 그 까닭은 우리의 '자율신경에는 피드백이 없기 때문이라는 점이다.
저자의 쉬운 말투가 여기서는 빛을 발한다.
'모르는 것을 조절할 수는 없다.'
그러나 모르는 것을 알게 하면 조절할 수 있고, 이는 치료에 활용될 수 있다. 고혈압 환자의 치료에 쓰이고 있는 바이오 피드백 사례를 살펴보자.
정상적으로는 우리가 자신의 혈압을 알 수는 없다. 그러나 만약 혈압을 표시등, 소리 등을 통해 가시적으로 제공하면 고혈압환자가 이를 의식하고 혈압을 조절할 수 있도록 훈련이 가능해진다. 이는 약물치료와 달리 부작용이 없어, 약물치료나 기존 치료에서 어려움을 겪는 경우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한다.
3. 이책에서 개선해야할 점과 이책의 대안이 될 책 추천
어려운 일은 분해해서 다가가야 한다거나, 행동을 해야 뇌도 활성화된다는 이야기들은 익숙한 내용이다.
그러나 저자가 너무 익숙한 이야기를 해서 아쉬운 것이 아니다. 항상 새로운 이야기를 전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익숙한 생각들을 나열하고, 일상에 주고 싶은 교훈, 저자의 생각만 담았기 때문이다. 관련 연구의 결론들만 나열한다거나 그마저도 없이 익숙한 생각들을 재확인 시켜주기만 할 뿐이다. 결론만 담을 것이 아니라, 연구의 과정을 일부라도 자세히 담았으면 좋았을 것이다.
아, 이런 책을 기대한 게 아닌데 싶을 때는 이책을 추천한다.
우리 뇌가 발전하고 변화한다는 특성을 중심으로 '생후 배선'이라는 흥미로운 단어를 제안하는 책이다.
삶이 흔들릴 때는 나의 가능성을 알려주고, 그 가능성이 얼마나 무궁무진한지 알려주는 책이 내가 딛고 나가는 데에 더 도움을 주리라 생각한다. '우리는 각자의 세계가 된다'를 대안으로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