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광화문역 라운지에서 들여다 본 미니멀리스트의 식탁
- 광화문 라운지에서 쉬어가기
- 요리는 시간 낭비가 아니다.
- 만족하지 못하고 원망이나 불만이 가득차있을때 읽을 책
이책은 미니멀리스트로서 낭비와 욕심에 대한 훈계를 담은 책이 아니다.
바쁜 일과 속에서 자칫 미움받기 쉬운 요리에 관한 가벼운 마음을 우리에게 다시 돌려주려는 책이다.
저 멀리 프랑스에 사는 분이 요리에 대한 생각을 전하고 자신의 주방을 소개하기 시작한다.
광화문 라운지에서 쉬어가기
서울시에서는 요즘 광화문 역에 멋진 공간들을 많이 만들어내고 있다.
아무것도 안해도 멋진 광화문이 더 멋져지는 중이다.
그중 좋아하는 공간 하나는, 광화문 역 안에 있는 라운지 도서관이다. 매일 운영하고 아침 10시부터 밤 8시까지 운영한다. 광화문 역에서 약속이 있을 때, 북적이는 교보문고에서 앉지 못하고 기다리기 보다는 여기서 책을 한 권 살펴보면 좋다.
오늘 마침 집에 가는 길이 마침 저녁 6시가 되어버려, 아무래도 퇴근길을 정통으로 맞을 것 같다 싶어 여기에 들렸다. 잠깐 책을 읽다보면 오후 7시가 넘어가서 비교적 쾌적하게 집에 갈 수 있다.
책은 신간도 많고, 무엇보다 큐레이팅하는 의도가 명확했는지 여름에는 '쉬어가기', '휴식', '위로', ' 삶의 방식', '가드닝 등의 취미'가 주제인 소설, 에세이, 잡지가 많았다. 지금은 여행, 음식, 차, 자기이해와 같은 주제로 추가 되었다. 동네 도서관도 그렇고 가는 도서관마다 희미하게 보이는 주제들이 있다. 광화문 라운지 도서관은 휴식이 필요한 직장인을 달래주는 공간 같다.
한 시간 남짓되는 시간에 훑었으니 놓친 부분이 많을 것 같아 아쉬운 책이다.책의 첫 장은 요리가 우리에게 어떤 의미고 무엇을 돌려주는지부터 이야기한다.
요리는 시간 낭비가 아니다.
책에서는 일본 시인의 시 일부, 소설의 장면들을 많이 데려온다. 매우 담백하고 명료한 글들이 많았다.
그중 전화가 오지만, 받지 않고 요리를 계속 이어나가는 주인공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에게 요리를 하는 순간은 자신이 먹을, 매일 반복되는 자신을 위하는 시간이고 중요한 일과이기에 그는 전화가 3번 울리도록 받지 않는다. 이 모습을 통해 소설에서는 주인공이 자신의 일상을 방해받지 않으려는 마음을 드러낸다.
그렇다면 나에게 요리는 어떤 의미인가?
출근으로 바쁘다보니 특히 아침에는 버거운 일이다. 저녁은 저녁대로 지친 몸에 힘들고 귀찮으며 그럼에도 내가 해야할 일 중의 하나다. 때로는 부당하다고도 느끼고, 시작은 자주 어렵기도 했으며, 어쩌면 충분한 재료가 없거나 도구가 마땅치 않아서 힘든 것이라 불만을 갖기도 했다. 그게 아니라도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부족하거나 내가 요령이 없어서 힘든 일로 느끼고는 했다.
하지만 이책을 읽으니 요리가 나를 위한 시간이자 즐거운 놀이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리를 즐기는 가족들이 있기에, 나에게도 요리의 즐거움을 찾는 씨앗이 들어있는 모양이다.
저자는 편안하게 요리를 대한다.
무엇보다 요리법에 연연하지도 말고, 도구가 없으면 없는대로 창의적으로 사용해보자는 것이다. 예상과 달랐다. 보통 미니멀리스트의 책을 읽다보면 소유하는 것에 야박하고, 과소비나 낭비에 대한 가르침을 받는 것 같아 부담스러울 때가 많은데, 가르침이 들어있음에도 야박하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특이하게도 이책은 요리에 관한, 나를 위해 즐겁고 편안하게 주방을 꾸려나가는, 저 멀리 프랑스에 사는 분을 만나서 빠르게 대화를 한 번 하고 오는 느낌이 든다. (책을 급하게 읽은 탓도 있을 듯!)
만족하지 못하고 원망이나 불만이 가득차있을 때 읽을 책
단번에 요리에 대한 불편함이 사라질리는 없지만, 뭔가 마음에 용해제를 부은 느낌이다.
나는 왜 그렇게 불만이나 원망하는 태도를 즐겼었나 싶었다. 뜬금없는 감상일지도 모른다. 이책의 표면적인 주제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무래도 저자가 의도는 했을 것 같다. 이책을 읽으면 이래저, 저래서 같은 불만이나 불편함에 대한 발견보다는 이렇게 해도 되고, 저렇게 해도 괜찮다는 생각을 얻을 수 있다.
부엌정리에 대한 생활 정보를 얻으려던 나에게 멋진 깨달음을 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