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인터페이스의 가치는 경계를 나누는 것, 로제타석 이야기

팡귄 2025. 1. 8.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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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페이스'라는 단어를 들으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컴퓨터, 화학, 생물, 디자인 등 평소 관심있는 분야에 따라 정의나 떠오르는 이미지가 다를 것이다.

 그런데 인터페이스가 지녀야할 가치에 대해서 흥미로운 생각을 던져주는 책을 읽어 포스팅을 한다. 인터넷에 검색을 해보면, '인터페이스'란 접점이나 경계면이라고도 말한다.

<의문>
목차
1. 인터페이스의 정의
2. 인터페이스로서의 로제타석, 로제타석이 인터페이스인 이유
3. 키워드와 생각, 인터페이스는 경계를 나누어야 한다.
<결론>

4. 참고문헌 

 


<의문>

낯설게 느껴진 것은
인터페이스가 '소통과 연결'을 추구하는데 '단절'로 느껴지는 '경계면'이라는 뜻으로도 설명된다는 점이다. 


인터페이스가 어떤 의미로 쓰이고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살펴보며,
인터페이스가 소통과 연결을 추구하면서 단절을 유지하는 경계면일 수 있는(이어야 하는) 이유를 찾아보자.


 

1. 인터페이스의 정의


 '사이에 놓인'  모든 것. 그게 무엇이든 서로 다른 요소와 연결하며 조정하고 소통할 수 있게 한다. [각주:1]

 디자인 교육과정을 담은 책에서는 '인터페이스'를 다른 요소들간의 '연결'과 '소통'이라는 단어로 설명한다. 경계면, 그 사이를 묘사하는 단어같으면서도 그 기능을 언급하는 뉘앙스가 느껴진다.

 어원을 보면 라틴어에서 '사이'를 뜻하는 'inter'에 '면'을 뜻하는 'facies' 가 붙은 것으로 직역하자면 '사이의 면'이다. 그 공간을 설명하는 단어로 풀이되지만, 여러 분야에는 그 사이의 면을 잇고 있는 작용, 기능이 더해져 사용되는 것으로 보인다.

 컴퓨터에서 사용자 인터페이스(UI, User Interface)라고 하면, 사용자가 기계, 프로그램등을 조작할 수 있도록 하는 그래픽, 텍스트 요소들을 뜻한다. 사람과 기계나 소프트웨어 사이에 놓인 아이콘, 메뉴, 체크상자 등의 그래픽 요소(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 GUI, graphic user interface)를 떠올려 볼 수 있다.

 사람과 기계를 연결하는 것이 아니라, 기계 간의 연결을 돕는 USB 포트, HDMI 연결 포트도 인터페이스(하드웨어 인터페이스)다. 

 컴퓨터에서의 인터페이스는 익숙할 수 있는데, 생물학, 철학, 화학 등의 분야에서 '인터페이스'는 생경할 수도 있다. 생물학에서 '인터페이스'는 생물 간의 상호작용, 혹은 생물과 비생물 간의 상호작용을 돕는다. 예를 들어, 외부 환경(비생물)와 신경 세포(생물)를 연결해주는 장치인 '신경 인터페이스',  [각주:2] 세포 내부와 세포 외부환경을 구분하고 물질, 정보를 교환하는 면인 '세포벽' 등이 있다.

출처 : https://times.kaist.ac.kr/news/articleView.html?idxno=21869

(철학에서의 '인터페이스'도 흥미로우니 찾아보면 좋겠다.)

 


2. 인터페이스로서의 로제타석, 로제타석이 인터페이스인 이유?

 

 그래픽 아이콘일 수도 있고, 세포벽일 수도 있는 '인터페이스'에서 로제타 석을 끄집어 내기는 쉽지가 않다. 이책[각주:3]에는 '인터페이스'로서의 로제타 석을 소개한다.

로제타석을 보면, 얼핏 보기에도 3개의 문단이 나뉘어진다. 더 자세히 살펴보면, 그 차이점이 극명해진다.

참, 로제타 석을 3d로 볼 수 있는 사이트가 있다.[각주:4] 

로제타석은 3개의 각기 다른 문자로 모두 동일한 내용을 담고 있다.

 로제타석 기원전 196년에 고대 이집트에서 제작된 석비인데, 이 화강함 비석에 적힌 법령은 흥미롭게도 우리가 흔히 아는 이집트 상형문자인 '성각문자(신성문자 [각주:5])'와 '민중문자(간소화된 형태로 일상, 행정 등 실용적인 용도로 쓰임)', '고대 그리스어(학술, 외교문서, 왕조 공식언어)' 총 3가지 문자로 '번역', '병기'되어 있다.

 이점 덕분에 이집트 상형문자를 해독하는 중요한 실마리가 되었다. 이 비석에 대해 프랑스학자들은 같은 내용을 서로 다른 문자로 담았으리라는 가설을 세웠고, 이는 사실이었다. 해독 내용은 1822년 9월 27일에 논문으로 발표되었다고 한다. [각주:6])

서로 다른 문자 3가지, 이중 첫번째가 상형문자

 

왜 3가지 다른 문자로 적었을까?

 각 문자는 정치적, 문화적으로 사용되는 계층이 달랐다. 이 문자들을 모두 담은 것은 서로 다른 계층의 모든 이들에게 이 비석의 내용을 전하기 위함이었다. 법령에 대해 모두가 이해하고 공유하여 통치의 정당성을 높이는 목적도 있었으며, 문화적 다양성이 있던 이집트 사회에 하나의 통합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었다.

이 점으로 인하여 이 화강암 비석도 '인터페이스'가 된다.

인터페이스로서의 로제타석

 이제, 우리는 로제타석이 인터페이스가 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

서로 다른 문화와 계층의 사람들을 사이에 놓인 것,

그 사이를 연결하고 소통하도록 돕는 것이 로제타 석이 하는 역할이었기 때문이다.

 

 

3. 키워드와 생각, 경계를 나누어야만 하는 이유

 로제타 석과 같은 인터페이스를 나도 만들 수 있을까? 뉴럴링크와 같이 인터페이스가 혁신적이거나 유용하며 가치있다고 느껴지려면 어떠해야 할까?

 

1) 인터페이스는 사이에 놓인 '의미있는' 것이 되어야 한다.

 인터페이스는 소통이나 작용이 없는 물리적인 경계도 인터페이스가 될 수 있다. 공기와 물이 접하고 있는 표면에서 어떤 반응이 일어나지 않더라도 둘의 경계는 존재한다. 또 물질 교환이 없는 세포막 역시 인터페이스가 될 수 있다. 이때 인터페이스는 그 대상의 고유성, 동일성을 구조적으로 유지하는 경계면으로 의미를 갖는다.

 그리고 물리적인 경계에서적극적인 소통이나 작용을 돕는 경계도 인터페이스가 될 수 있다. 앞서 살펴본 여러 분야의 인터페이스들은  서로 다른 대상의 사이에서 상호작용(소통, 정보 및 물질 교환 등)이 일어나는 경계면이다. 여기서 인터페이스는 적극적인 연결을 돕는 경계면으로 의미를 갖는다. 

여기서 인터페이스가 정적인 경계의 의미인지, 동적인 경계의 의미인지를 고민해볼 수 있다.

 

2) 인터페이스는 적절한 '사이'에 놓여야 한다.

 발견했거나 만들고자하는 인터페이스가 있다면 '무엇의 사이에 놓였는지' 혹은 '무엇의 사이에 놓고 싶은지'를 생각하여야 한다

 다른 사람과 나의 '사이'가 어떤지 떠올려본다고 가정하자. 우선 '나'와 '타인'을 구분하는 것이 가장 먼저 전제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다른 사람은 사이가 좋든, 정말 나쁘든 나에게 유효한 영향을 (일시적인 순간이라도) 주고 있는 대상이다. 누군가와 나의 '사이'를 재는 순간부터 그 사람은 나에게 인식된다. (사이가 아무리 멀어도 아이러니 하지만 세상 대부분의 인식되지 않은 사람들보다 나에게 가까운 사람이 된 것이다.) 나에게 인식되는 타인에게만 나와의 '사이'가 생겨난다. 여기에서 인터페이스가 연결할 '사이'에 대한 뜻을 정교화해볼 수 있다.

 즉, 인터페이스로 효과적인 연결과 작용을 돕기 전에 어떤 대상들을 연결하는 지를 생각해야한다. 나에게 인식된 타인에서 '사이'가 생겨나듯이 두 대상응 우리가 '서로 다르다.'라고 구별지을 수 있고, '서로에게 유효한 영향을 주고 있는 대상'이어야 할 것이다.

 특히, 발견이 아니라 만들고자 인터페이스가 있을 때에는 어떤 대상을 연결하는지에 따라 '사이'가 생겨날 수도 있고 '사이'가 만들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생각한다.

 

인터페이스는 경계를 나누어야 한다.

 더 활발한 상호작용을 위해 경계를 부수면 좋지 않을까?

 사이를 없애고 서로 다른 대상을 동일한 대상으로 만들면, 이제는 더 이상 '교환할


정보'가 없어진다. 다름에서 오는 '반응'이나 '이해와 소통에 대한 동기'도 사라지며 '사이'가 존재할 수 없는 것이 된다. 나만 있다면 사이를 잴 다른 사람이 없는 상황과 같다. 다르지 않으니 '조화를 이룰 것도 없는 단일한 상태'가 될 뿐이다.

 따라서 인터페이스는 "서로 다른 두 대상이 서로 다를 수 있도록" 그 자리에서 '경계'를 짓고 있어야하는 숙명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맨 처음의 정의를 살펴보자.

 

 '사이에 놓인'  모든 것. 그게 무엇이든 서로 다른 요소와 연결하며 조정하고 소통할 수 있게 한다.

 

책에서 정의한 것은 "그 어떤 디자인 요소라도" 모든 것이 인터페이스가 될 수 있음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지금까지 정리한 생각을 덧붙이면, 인터페이스는 서로에게 의미있는 다른 요소를 연결하며 소통을 돕는 경계가 될 수 있다.

 


<결론>

 인터페이스는 '소통과 연결'을 추구하지만, 서로 다른 두 대상의 사이를 만들기 위해 '단절'을 유지하는 '경계면'이 되는 것이다.


 

 

로제타 석에서 시작한 포스팅이 여기까지 왔다.

인터페이스? 컴퓨터같은 기계 장치 사이에 있는 그런것? 디자인에 있는 거면 아이콘이나 레이아웃 같은 것? 이 돌이 무슨 인터페이스야? 사전적 정의는 경계면이네. 등등의 생각을 이렇게 마친다.

 

매킨토시의 인터페이스, 아이콘 중에 있다는 이스터에그 아이콘.


 

4. 참고 문헌

1) 책 : 새로운 그래픽 디자인 교육과정



새로운 그래픽 디자인 교육 과정
『*새로운* 그래픽 디자인 교육 과정』은 2010년부터 프린스턴 대학교에 개설된 디자인 교육 과정을 압축해 엮은 책이다. 디자인이 단순히 전문가를 위한 직업 교육의 한계를 넘어 모든 이를 위한 교과목이 되어야 한다는 명제를 몸소 실천해 보이는 이 책은 일반 독자에게 현대 디자인의 원리를 전달하기 위해 만들어진 자기 주도적 교과서다.
저자
데이비드 라인퍼트
출판
작업실유령
출판일
2024.10.25

2) 기사 : 카이스트 신문 '신경세포의 전기, 화학 신호를 동시 측정 및 자극하는 인터페이스 

https://times.kaist.ac.kr/news/articleView.html?idxno=21869

3) 기사 : [잠깐과학] 로제타석에서 고대 이집트 문자 해독의 실마리를 찾다

https://m.dongascience.com/news.php?idx=39826

 

[잠깐과학] 로제타석에서 고대 이집트 문자 해독의 실마리를 찾다

위키미디어 제공 1799년 7월이집트를 침공한 나폴레옹의 프랑스군은 로제타라는 지역에서 비석 하나를 발견한다. 이 ‘로제타석’에는 그리스어, 이집트 민중 문자,고대 이집트의 상형 문자인

m.dongascience.com

 

 

 

  1. 책 새로운 그래픽지다인 교육과정에서 참고 [본문으로]
  2. 신경 인터페이스는 의료, 게임, 교육 분야등에서 활용되면서 외부의 기계장치와 인간의 신경계를 연결해주는 기술로 발전하는 중이다. 일론 머스크의 뉴럴링크가 대표적인 사례. [본문으로]
  3. 역시나 책 새로운 그래픽지다인 교육과정 [본문으로]
  4. https://sketchfab.com/3d-models/the-rosetta-stone-1e03509704a3490e99a173e53b93e282 [본문으로]
  5. 신성한 새김, 히에로 글리프(Hieroglyph)이므로 신성문자라고 하거나 돌, 점토 등 견고한 표면에 새긴 뜻으로 성각문자라고도 한다. [본문으로]
  6. 자세한 이야기는 이 기사 추천 https://m.dongascience.com/news.php?idx=39826 .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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