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론적 환경주의는 어떻게 지구를 망치는가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 _ 마이클셸런버거
극단주의 종교론자가 종말을 앞당길 수 있는 미래
어제 저녁 묵혀두었던 과학잡지를 우연하게 꺼내 읽어보았다. '지능의 출현은 우연인가'라는 타이틀로 2016년도 12월에 나왔던 스켑틱 8호이다.
그중 눈길을 끈것은 종말이 다가오는가? 라는 이름의 글이었다.
필 토러스(Phil Torres)의 글로 부제는 '다가올 미래에 극단주의가 가져올 위협'이었다.
테러의 성격과 종교적 세계관을 함께 설명하며 시작되는 이글은 종말론적 테러가 21세기말 인류문명에 심각한 위험이 될 가능성이 아주 크다고 주장한다.
왜 극단주의 종교론자들이 생겨나는 것일까? 왜 종말을 앞당기고 싶어할까?
필자는 극심한 어려움, 사회적 변동, 불안정, 불확실성을 마주할 때마다 극단주의 종교론자들(종말론적 집단들)의 수가 늘어나는 것을 설명한다. 우리가 겪는 그 고통의 의미와 가치를 설명하기 위해 찾게되는 가장 강력한 해석의 틀이 바로 종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들의 수가 늘어나는 것에 더해 발전된 과학기술들의 '강력함'과 '뛰어난 접근성'이 그들에게 새로운 무기를 만들어 준다는 점을 설명한다.
소아마비를 일으키는 바이러스를 인터넷에 공개된 데이터만을 이용해 만들어내어 경고한 연구진의 이야기가 사례로 나온다. 이와 같이 과학기술에 얼마든지 접근할 수 있는 지금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어디선가 일어날 종말을 앞당길 위험들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하는 것이다. 필자는 이것이 핵 전쟁의 위험보다 훨씬 더 클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리고 글의 마지막에서 필자는 흥미롭게도 새로운 무신론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마무리를 짓는다.
무엇보다 코로나 이전의 글이어서 '종말'을 어떻게 설명하는지, 그리고 정말로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인류의 큰 위기를 그 범주에서 포함했을지도 궁금했다. 어쩌면 우리가 지금 이글에서 말하는 극심한 어려움이자 불확실성을 마주하는 시기에 와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문득 내 주위에 종말론적 집단이 생겨나고 있지 않은가 돌아보게 된다.
이 잡지를 6년이 지나서야 읽은 나를 비판하며, (16년도 12월이면 거진 17년 출간이 봐서 5년이라고 좀 줄여보겠다.) 재미있는 글이라며 책을 덮었다.
그런데 오늘 도서관에 와서 이책을 발견한 것이다.
종말론적 환경주의자의 착각을 담은 책.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 제목이 그런대로 요즘 인기있는 책 같다고 생각했는데, 부제도 좋았다. '종말론적 환경주의는 어떻게 지구를 망치는가.'
요즘 환경에 대해서, 기후변화에 대해서 걱정하시나요?
이 질문에 대한 나의 답은 이책을 다 읽고 나면 좀 더 살이 붙고 방향이 덜 극단적이 되리라 기대한다. 실은 내가 굉장히 극단적으로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어쩌면 극단적인 종교인들과 내가 다를바가 없었음을 이 책의 반도 읽지 않았는데 깨닫고 있는 중이다.
'그린워싱이다.', '실제로 친환경제품이 더 환경에 독이다.'라는 말이 맞는지, 아니면 우리가 지금 얼마 남지 않는 기후재앙에 대해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 세대라 행동하지 않는 것인지, 또 기업이 아니면 개인의 노력은 의미 없는 것일지 이런 저런 고민에 답을 찾지 못하고 살고 있다.
그러나 환경에 대해서는 최소한 걱정은 해야 미덕인 요즘 실천을 시작했다.
내가 내린 현재까지의 결론은 베지테리언에도 단계가 있듯이 내가 줄일 수 있는 쓰레기부터 줄이고 텀블러를 항상 들고 다니되 플라스틱제로는 실천하지 않는 사람으로 행동하자는 것이다.
작은 텀블러에 줄을 매달아 가방에 달든 해서 내가 1년간 썼을지 모르는 일회용 컵을 적어도 100잔은 줄였다고 뿌듯해했다. 그러나 어느날 플라스틱제로에 목을 매다보니 예고없이 선물받은 커피 한잔에도 고마움과 함께 플라스틱 컵에 대한 불편함을 느끼는 나를 발견했다. 내 나름대로 어떻게든 컵을 재활용해보려 했지만 쓰레기만 쌓이는 책상을 보며 이게 다 부질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러다가는 안되겠다 싶어 만든 절충안이 단계적 플라스틱 제로였다.
환경 교육을 하고 계신가요?
교사가 된지 막 2년차에 환경부와 함께 책자 만드는 팀에 운이 좋게 참여할 수 있었던 적이 있었다. 그때만도 교육자료의 이름은 '기후변화와 적응이였다. 6년의 시간이 흐른 올해 애들에게 수업을 하면서 본 키워드는 '기후재앙'이었다. 문득 겁이 났다.
책자를 만들던 당시 그곳의 연구원과 교사들간의 지식의 차이가 커서 매 회의 때마다 값진 강의를 들으면서 교재를 만들었다. 우리 교사들에게 오개념도 많았지만 무엇보다 '무 '개념이 더 많았다.
그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학교에서 환경에 대한 교육을 받은 적이 있었나?
중요하니까 잘 지켜야되는데 대학교 졸업할 때까지 한 번도 환경을 한 학기 이상 배운 적이 없었다.
이 교재가 완성되어갈 무렵 환경교육의 중요성에 한껏 고양되어 함께 했던 선생님과 대화를 나누었는데 지금까지도 잊혀지지 않을 정도로 인상깊다. (그 당시 교재개발팀 이력들은 나빼고 전부 대단했다. 교직에 몸담고도 휴직을 택해 서울대로 환경 쪽 박사과정을 밟고 계시거나 관련 연구회에서 이미 너무나도 길게 활동하신 분들이었다. 내가봐도 나는 왜 뽑아줬을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나중에 나는 왜 뽑아주었냐고 물었는데 환경교육 토론수업때 썼던 피피티보고 내용에 감탄하시기 보다 (나름 심혈을 기울인 수업이었다!) '가장 젊은 사람이라 컴퓨터를 잘할 것 같고 새로운 시각을 줄 수도 있을 것 같다.'였다. 이유야 어찌되었든 나에게는 천운이었다. 다들 자기소개할때 나는 너무나 백지 수준이였는데 너무 백지인 사람이라 뽑아주다니 지금도 참 감사하다.)
오래 연구회에서 활동한 분이라면 환경교육의 방향에 대해 식견을 가지고 있으리라 싶어 물어보았다.
" 환경교육이 정말 앞으로 중요해지겠네요?"라고 물었다.
그러나 대답은 의외였다.
" 환경교육은 언제나 앞으로 중요하다고 했었어요. 10년전부터 이렇게 말해왔어요. 바뀌지 않아요. "
순간 망치로 머리를 맞은 듯 했다. 맞았다. 입시위주의 과목이 주요 자리를 차지하는 현실에 대해서 논하려는게 아니다. 학교 교육과정을 벗어나서도, 환경은 그런 자리에 있었다. 항상 중요해지는 것, 지켜야하는 것, '앞으로' 그렇게 될 것이었다.
그래서 이걸 끊어내야지 싶었다. 환경교육은 오늘부터 중요하다고 생각해보자 했다.
이후 그 책자는 전국에 널리 배포되었지만 쓰임에는 아쉬움이 있었다. 나혼자 매년 교실에서 열심히 쓰기도 했고, 종종 기후변화 교육으로 오는 강사님들이 쓰는 것을 보고 반가울때도 있었지만, 그렇게 환경교육이 또 나중으로 미뤄지는 것 같았다. 한시가 급한데 이러면 안되는 것 같은데 걱정이 될때도 있었다.
종말론적 종교론자와 종말론적 환경주의는 닮았는가?
책은 기후변화의 진실을 말하겠다며 시작한다. 목차만 봐도 내가 그간 접해왔던 이야기와 다르기에 너무나 놀랍고 눈길을 끈다.
1. 세계는 멸망하지 않는다.
2. 지구의 허파는 불타고 있지 않다.
3. 플라스틱 탓은 이제 그만하자.
4. 여섯 번째 멸종은 취소되었다.
5. 저임금 노동이 자연을 구한다.
6. 석유가 고래를 춤추게 한다.
7. 고기를 먹으면서 환경을 지키는 법
8. 지구를 지키는 원자력
9. 신재생 에너지가 자연을 파괴한다.
10. 환경주의자와 친환경 사업의 겉과 속
11. 힘 있는 자들이 가장 좋은 해결책에 반대한다.
12. 왜 우리는 가짜 환경 신을 숭배하게 되었나
아니! 11번 빼고 너무 놀랍지 않은가. 나 역시도 종말론적 환경주의자가 되어 종말을 앞당기지 않으려면 우선 이책을 정독해보려 한다. 일단 앞만 읽었는데도 지금까지 내가 종말론적 환경주의자에 가까웠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된다. 뭐가 문제였을까.
+참고로 다른 사람들이 쓴 이책의 서평을 미리 보면 굉장히 호불호가 갈린다! 보통 별점이나 리뷰를 봐도 이렇게 극명하게 갈리는 것은 처음 봐서 놀랐다. 저자의 주장 역시 저자가 비판하는 종말론적 환경주의만큼이나 극단적이고 과격할 수도 있으니 경계를 늦추지 말고 비판적으로 읽어야 할듯하다.
아크로 미술관에서 봤던 플라스틱 탓을 안하는 예술가, 뉴 락의 전시가 떠오른다.
예전에 포스팅했던 작품인데, 솔직히 그때 나는 작가의 시각이 신선하지만 안일한 시각이라고 생각했다.
얼른 3장 읽으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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