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팡귄랜드/일상 후기

[후기] 혜화 아르코미술관 [횡단하는 물질의 세계] 09.17~12.12

by 팡귄 2021. 9. 27.

높지 않고 단단한 모양, 붉은 벽돌과 그림자가 만들어지는 외관이 항상 멋진 아르코 미술관

 

오늘은 아르코 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횡단하는 물질의 세계' 전시를 다녀왔습니다.

 

횡단하는 물질의 세계

Nothing Makes Itself

2021 아르코 융복합 예술페스티벌 2021.9.17~2021.12.12

공식사이트 : 횡단하는 물질의 세계 Nothing Makes Itself

 

사이트 디자인이 너무나 아름다움...

 

 

일부 전시는 온라인 전시도 병행하므로 사이트를 접속해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입장료 : 무료 / 운영시간 : 화~일 11시~19시

홈페이지에서 사전예약해야하며, 입장 인원에 여유가 있는 경우 현장예매가능! (일요일 오전이었는데, 현장 예매로 들어감.)

평점 : ★★★★★

 

신선한 '인간, 기술, 환경의 관계의 재정립'

 인간 - 기술 - 환경이 유기적인 조합을 이루면서 관계를 맺고, 함께 공생하게 된다는 미래를 상상해나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신선한 생각들과 놀라운 시각적 표현, 충격적인 이미지들이 많아서 모처럼 포스팅을 합니다.

 지난 달에 국립 현대 미술관을 다녀왔는데, 물론 봉준호 감독의 단편을 비롯하여 정말 남다른 작품이 많았지만, 이 작은 아르코 미술관도 매번 갈때 마다 느끼는 것이 공간의 규모만 작았지, 담고 있는 주제나 표현의 규모가 엄청나다는 느낌을 자주 받게 합니다. 

 

 작품 소개내용을 하나하나 꼼곰히 읽는 편이 아닌데, 이 전시는 이상하게 꼼꼼하게 읽어보게 되더라구요. 참, 음료 보관함이 있습니다.

 

 

 

 전시관에 들어가면 항상 처음 벽에 프린팅되어있는 문장들, 즉 전시의 개요를 읽어봅니다. 사실 혜화역을 산책하다가 우연히 들어간 것인데, 개요만 읽어도 제법 흥미로웠습니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다루는 주제와 비슷하게 팬데믹 상황을 다루는 작품도 있고, 무엇보다 기후변화에 대한 주제도 담고 있습니다. 신선한 것은 그 기후변화의 절박함만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자연, 자연이 아닌 것, 인간과 인간이 아닌 것, 기술, 환경 이것들의 관계를 어떻게 다시 정립할 수 있는지 놀라운 생각들을 던집니다.

 

그 중 가장 인상깊었던 작품이 '뉴 락'입니다.

 

이미 만연해진, 플라스틱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작가는 암석화된 플라스틱을 모으고 관찰하면서 기록해갑니다. 그리고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아름다움에 대하여 이야기합니다. 자연을 파괴하는, 자연이 될 수 없는 플라스틱이 아니라 자연의 일부가 된 플라스틱을 하나의 새로운 돌로 받아 들이는 것입니다.

너무나 신선할 정도로 충격적인 전환이었고, 심지어 모인 돌들이 아름답기까지 합니다

(아래 온라인 전시사이트에서 관람도 가능합니다.)

횡단하는 물질의 세계 Nothing Makes Itself

 

Chang Hanna — 횡단하는 물질의 세계 Nothing Makes Itself

장한나 뉴 락 연구 2017– 온고잉, 리서치 텍스트 〈뉴 락 연구〉는 암석화된 플라스틱을 채집하고 관찰하는...

nothingmakesitself.art

https://www.dongascience.com/news.php?idx=47219 

 

[인터뷰]“플라스틱 시대를 작품으로 기록합니다”

장한나 작가의 서울 마포구 작업실에는 작품으로 다시 태어나길 기다리는 뉴락이 한가득 쌓여있다. 장 작가는 앞으로도 뉴락을 통해 대중과 소통할 계획이다. 이병철 기자“환경 문제를 주제로

www.dongascience.com

 

' 자연은 플라스틱을 우리처럼 받아들이지 않을 수도 있다. '

어쩌면 결국 감당할 수 없게된 플라스틱에 대한 변명이 아닐까 아니면 정말 플라스틱을 자연으로 받아들여도 되지 않을까 고민하게 됩니다.

 

<개미제국의 발견> 의 저자이자 국립생태원 원장을 지낸 최재천 교수님은 스티로폼에 개미가 생태공간을 만들 수 있을까? 란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해주셨다.

⠀“개미가 스티로폼을 그들의 구조물로 사용하는 일은 극히 가능하다고 본다. 개미들이 집을 지을 때 흙을 파낸 후 물어서 밖으로 끄집어내는 작업을 하는데 작은 개미에게 흙덩어리는 무거운 존재이다. 그런데 스티로폼은 가볍기까지 하다. 만약 스티로폼에서 묻어나는 화학물질에 개미가 즉각적으로 자극을 느낀다거나 피해를 느낀다면 피하겠지만, 세월이 가며 스티로폼에서 나오는 물질이 개미에게 나쁜 영향 미치는것은 개미도 해보지 않으면 모를것이다. 싫어할 이유가 사실상 없고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출처 : https://nothingmakesitself.art/Chang-Hanna

작가의 마지막 말은 많은 생각을 던집니다.

그렇다면 인간은, 플라스틱을 우리의 일부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는가?
인간이 자연을 존중하고 공존을 모색해야 한다면 그것은 자연을 위한 것 일까, 인간 스스로의 생존을 위한 것 일까.

 

전시를 관통하는 '인간, 기술, 환경의 관계의 재정립'을 다양한 작품에서 일관되게 느낄 수 있어 매우 좋았습니다. 오큘러스 vr기기나 모션인식 컨트롤러, 3D프린팅으로 표현한 작품들처럼 새로움도 많지만, 무엇보다 작품마다 우리가 익숙했던 관계를 부수어버리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기후 재앙, 인간을 넘어서는 인공지능을 마주하는 버거운 요즘 잠깐 멈추어 생각하게 해주는 시간이 되주었어요. 시간이 된다면 한 번은 꼭 들려보시길 추천드립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