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팡귄랜드/일상 후기

1023 가을 일기

by 팡귄 2021. 10. 23.

가을인지 겨울인지 애매하지만, 가을이라 치기로 하는 날씨다.

'무자비한 알고리즘'이라는 재미있는 책을 읽고 있는데, 사방에 추천할만한 책같다.

 밀린 뉴스레터를 하나 열어보았더니, 따릉이 얘기가 나왔다. 재배치 비용이 꽤나 심각한 수준인지 몇몇 시에서는 공공자전거 사업을 철수한다고 한다. 내가 좋아하는 따릉이는 아직 그럴 계획은 없어보이나 안타까움이 들었다. 그러다가 1학기때 팀프로젝트로 했던 따릉이 십시일반 과제가 기억이 났다.

 너무 초보적인 실력과 아이디어만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탁월한 팀원을 만나 그래도 내 기준에는 너무나 기특하고 멋진 결과물이 나왔던 것 같다. 추억에 잠시 ㅎㅎㅎ 그래서 무슨 생각으로, ㅎㅎ 따릉이 홈페이지에 프로그램 아이디어를 소개했다. 이런 아이디어는 어떤지 제안드려본다고, 애정하는 따릉이가 계속되길 바라며 보내본다고 남겼다.

 무자비한 알고리즘을 읽고 객기가 생긴 것인지? ㅎㅎ 아니다. 그래도 내가 개발자거나 전공자거나 대단한 천재가 아니어도, 그래도 이런 공부도 하고, 또 윤리적인 부분에 대하여 고민해도, 고민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해준다. 이책이.

네이버에서 마구 돌아다니다가 옛 블로그를 들어갔다가 오는 길이다. 세월이 고스란히 쌓여있다.

놀라운 것은

인터넷 홈페이지인데도 포스팅 하나 하나를 읽을때 마치 먼지가 쌓인 종이를 닦아내며 읽는 기분이라는 것이다. 그러다가 옛날에 찍은 사진 몇 장이라도 보이면 오래 보고 있기가 힘들다. 그리운 것 같다.

갈비뼈가 부러졌던 때의 일기가 좋아서 여기에도 옮겨본다.

 

 

2016 08 30

풍김.

자꾸 오늘 새로운 생각이 든다.

사이에 무엇을 두었다.

공중에 무엇을 둔 것처럼, 형체를 알 수 없는 데 꽉 차지도 않고 가득하다.

 

 오늘도 어제에 이어서 갈비뼈 쪽 치료를 받으러 정형외과에 갔다. 회식이 있어 돌아가야할 학교였는데도

여행이라도 가는 듯이 상쾌했다. 비가 올 것 같은 하늘 색에 어김없이 오늘 돌아오는 길에는 빗방울 몇 개가 

떨어졌다.

 

 어제처럼 초음파치료를 하러 들어온 인상이 밝은, 느리지 않게 차분한 아주머니를 만났다.

갈비뼈를 둘러싼 따뜻한 찜질주머니와 

 

창으로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 

 

차가 많지않아 고요한 길거리의 소리를 가르며 

기세등등하게 두두두두 큰 소리를 내며 두드리는 안마기에 

 

두 눈에 누가 풀을 대강 바른 듯해 

 

어느 한 쪽도 제대로 뜨기 어려워하는 내 앞으로 

커튼을 열고 들어오셨다.

 

 거의 꿈결에 마주한 아주머니가 '갈색이 그렇게 이쁘니 가을이 맞긴 맞나봐요.'라고 말씀하셨다.

내가 입고 간 갈색 옷이 며칠 전 더운 여름에 보았다면 그렇지 않았을 거라며 웃으셔서 

나도 그렇다고 말했다.

여기까지 였다면, '풍김'을 생각하지 못했을 텐데, 

'봄의 밝은 노랑색은 가을에 그렇게 추워보일 수가 없어요.'라고

덧붙이셔서 나는 많이 놀랐다.

 

 나는 항상 여름과 겨울, 봄과 가을을 묶어버리곤 했던 것 같다

봄의 색과 가을의 색을, 이제와 적다보니 구분이 가기도 하지만, 

가을과 여름의 색을 말하다가 

봄의 색을 그 가까운 여름에 갖다대지 않고 저멀리 가을에 두고 춥다하니

이쁘다 이쁘다고만 할 줄 알았던 봄의 색이 그렇게 초라해보일 수 없었다. 

순전히 내 느낌이기에 아주머니는 초라해보이라고 한 말씀은 아니셨을거다. 

아름답기만 한 봄의 색이 그렇게 달라보이자 낯설었다. 

아주머니가 느끼고 있는 마음이 내 마음에 자리를 잡은 듯이 그대로 들어와앉았다.

어떻게 저렇게 쉽게 잘 마음을 전할까 그게

너무나 신기했다.

 

 그래서 대화를 계속 이어갔다. 책을 많이 읽으실 것 같다는 말에 화색이 돌던 아주머니는 책이야기를 마음껏 꺼내셨다.

'지금은 자주 못 읽는다.'는 말이 항상 책이야기를 꺼내면 흔히 붙이는 말이 아니라,

정말로 아쉽고 서운하지만, 읽을 시간이 없고 또 예전처럼 몰입하지 않는 자신에게도 서운하다는 마음이 너무나

담긴 말이었다. 빨간 머리 앤을 몇년에 걸쳐 매년 읽었다고 하셨다. 그때마다 다른 인물이 이해가 가고, 알고 있는 그 조마조마함을

알고 있기때문에 더 조마조마해하며 책장을 넘겨야했다는 말씀을 하실 때에는 눈에 가득하게 빛이 났다. 

유명한 고전부터 이름만 들으면 아는 국내 작가들의 책도 많았고,

이외수의 책에 대해서 솔직함을 말씀하실 때에는 공감이 가서 무척이나 끄덕이면서 들었다.

한바탕 이야기를 쏟아내시더니 얼굴에 행복이 가득하셨다. 커튼을 열때부터 얼굴에 환한 웃음이 가득하신데,

오늘은 더 그랬다. 저렇게 드러나는 건가 신기했다. 

 

사이사이에 뭔가 있다. 무엇인가 있을 수 없는 공간에 무엇을 둘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가보다. 

풍기는 사람이 되는가보다. 그랬던 것 같다. 내가 만나면서 감탄하고 존경스러워던 사람들 중에

사이에 뭔가를 둔 사람들이 많았다. 

 

풍김.

자꾸 오늘 새로운 생각이 든다.

사이에 무엇을 두었다.

공중에 무엇을 둔 것처럼, 형체를 알 수 없는 데 꽉 차지도 않고 가득하다.

 

멋진 사람이었풍김.

자꾸 오늘 새로운 생각이 든다.

사이에 무엇을 두었다.

공중에 무엇을 둔 것처럼, 형체를 알 수 없는 데 꽉 차지도 않고 가득하다.

 

 

 오늘도 어제에 이어서 갈비뼈 쪽 치료를 받으러 정형외과에 갔다. 회식이 있어 돌아가야할 학교였는데도

여행이라도 가는 듯이 상쾌했다. 비가 올 것 같은 하늘 색에 어김없이 오늘 돌아오는 길에는 빗방울 몇 개가 

떨어졌다.

 

 어제처럼 초음파치료를 하러 들어온 인상이 밝은, 느리지 않게 차분한 아주머니를 만났다.

갈비뼈를 둘러싼 따뜻한 찜질주머니와 

 

창으로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 

 

차가 많지않아 고요한 길거리의 소리를 가르며 

기세등등하게 두두두두 큰 소리를 내며 두드리는 안마기에 

 

두 눈에 누가 풀을 대강 바른 듯해 

 

어느 한 쪽도 제대로 뜨기 어려워하는 내 앞으로 

커튼을 열고 들어오셨다.

 

 거의 꿈결에 마주한 아주머니가 '갈색이 그렇게 이쁘니 가을이 맞긴 맞나봐요.'라고 말씀하셨다.

내가 입고 간 갈색 옷이 며칠 전 더운 여름에 보았다면 그렇지 않았을 거라며 웃으셔서 

나도 그렇다고 말했다.

여기까지 였다면, '풍김'을 생각하지 못했을 텐데, 

'봄의 밝은 노랑색은 가을에 그렇게 추워보일 수가 없어요.'라고

덧붙이셔서 나는 많이 놀랐다.

 

 나는 항상 여름과 겨울, 봄과 가을을 묶어버리곤 했던 것 같다

봄의 색과 가을의 색을, 이제와 적다보니 구분이 가기도 하지만, 

가을과 여름의 색을 말하다가 

봄의 색을 그 가까운 여름에 갖다대지 않고 저멀리 가을에 두고 춥다하니

이쁘다 이쁘다고만 할 줄 알았던 봄의 색이 그렇게 초라해보일 수 없었다. 

순전히 내 느낌이기에 아주머니는 초라해보이라고 한 말씀은 아니셨을거다. 

아름답기만 한 봄의 색이 그렇게 달라보이자 낯설었다. 

아주머니가 느끼고 있는 마음이 내 마음에 자리를 잡은 듯이 그대로 들어와앉았다.

어떻게 저렇게 쉽게 잘 마음을 전할까 그게

너무나 신기했다.

 

 그래서 대화를 계속 이어갔다. 책을 많이 읽으실 것 같다는 말에 화색이 돌던 아주머니는 책이야기를 마음껏 꺼내셨다.

'지금은 자주 못 읽는다.'는 말이 항상 책이야기를 꺼내면 흔히 붙이는 말이 아니라,

정말로 아쉽고 서운하지만, 읽을 시간이 없고 또 예전처럼 몰입하지 않는 자신에게도 서운하다는 마음이 너무나

담긴 말이었다. 빨간 머리 앤을 몇년에 걸쳐 매년 읽었다고 하셨다. 그때마다 다른 인물이 이해가 가고, 알고 있는 그 조마조마함을

알고 있기때문에 더 조마조마해하며 책장을 넘겨야했다는 말씀을 하실 때에는 눈에 가득하게 빛이 났다. 

유명한 고전부터 이름만 들으면 아는 국내 작가들의 책도 많았고,

이외수의 책에 대해서 솔직함을 말씀하실 때에는 공감이 가서 무척이나 끄덕이면서 들었다.

한바탕 이야기를 쏟아내시더니 얼굴에 행복이 가득하셨다. 커튼을 열때부터 얼굴에 환한 웃음이 가득하신데,

오늘은 더 그랬다. 저렇게 드러나는 건가 신기했다. 

 

사이사이에 뭔가 있다. 무엇인가 있을 수 없는 공간에 무엇을 둘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가보다. 

풍기는 사람이 되는가보다. 그랬던 것 같다. 내가 만나면서 감탄하고 존경스러워던 사람들 중에

사이에 뭔가를 둔 사람들이 많았다. 

 

풍김.

자꾸 오늘 새로운 생각이 든다.

사이에 무엇을 두었다.

공중에 무엇을 둔 것처럼, 형체를 알 수 없는 데 꽉 차지도 않고 가득하다.

 

멋진 사람이었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