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팡귄랜드/여행

여행자의 기록법 #얇은 공책 # 녹음 메모 #푸켓 여행

by 팡귄 2023. 1. 1.

여행자의 기록법

인천공항에서 들린 라운지를 시작으로 여행을 기록하기 전에 이번 여행에서 시도해보았던 기록법을 먼저 나누려고 한다. 많은 나라를 여행하면서도 기록을 제대로 하지 않고 사진도 중구난방이라, 어떤 계절에 다녀왔는지만 기억하고 1월인지 2월인지 가물가물한 나라도 있다. 모든 나라를 자유여행으로 다녔는데도 다녀온 지명도 기억이 안나는 경우가 많다. 뒤늦게 서글프기도 하지만, 어쩌겠는가! 

그런데, 이번 여행은 기록을 해보리라 여느때처럼 미니스케치북과 미니 수첩을 챙겼다. 미니 수첩은 알래스카때 도움을 봤다.

1. 미니 수첩에 모두 적기

 방학만 되면, 아주 얇고 단색으로 표지가 깔끔한 수첩을 산다. 그리고 시작부터 방학의 끝까지 그 공책을 어떻게든 채운다. 나는 끝까지 못가는 성격이라, 공책이 작고 얇을 수록 좋다. 금방 채워지고 때로는 그 공책의 마지막까지 꽉 채우는 멋진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시즌에만 채워진 기록을 보면 꽤 재미도 있다. 드문드문 여행의 기록과 그림이 채워있는데, 알래스카를 갔던 2019년도 여름에 시작한 방법이다. 그해의 여름에 기억들이 손바닥만한 노트에 잘 들어있다. 꾸역꾸역 채워보고, 그림으로도 채워본다. 

 

2. 음성 메모

 공책을 들고 여행지로 향한다. 그러나 생각보다 여행지에서 저녁마다 공책을 꺼내기가 쉽지 않았다. 결국 여행을 출발하는 비행기 안의 메모가 가장 섬세하고, 여행이 길어질수록 쌓여가는 피로감이나 저녁의 여행 일정이 있는 경우 등으로 인해 기록이 점점 빈약해진다. 그래서 시도한 방법은, 음성 메모다. 메모장을 켜고, 마이크 아이콘을 눌러서 혼잣말로 메모를 해보았다. 물론 잘못 인식하는 단어가 꽤 있다. 그것은 그날 바로 수정하는 게 좋다. 

 음성메모는 빠른 속도감으로 내 생각을 쏟아내고 전용 속기사를 둔 것처럼 착착착 문장이 남는다. 참 좋은 세상이다. 올해 처음 시도해본 방법인데, 꽤 좋았다.

 

 말로 메모하는 것이 은근 매력이 있다. 말을 하면서도 정제해서 말해야하는데, 리포터가 된 느낌도 들면서 내 생각에 대해 내가 중계하는 새로운 기분이다. 손으로 쓴 글보다는 또 솔직하고 속도감이 담겨있다. 약간의 추임새가 담긴 것도 매력이다. 특히 여행지에서 잠시 버스를 기다리거나, 음식을 기다리면서 메모를 남기기에도 유용하다. 손으로 쓰는 것보다 속도도 빠르지만, 일단 메모장을 켜자마자 바로 말로 내 생각을 내뱉으면 되기 때문에, 아주 생생한 감정이 담겨있기도 했다. 다음 여행에도 꼭 활용해볼 예정이다.

3. 그림으로 기록, 사진으로 기록

 여행지의 성격과 여행자의 성격에 따라 느긋히 그림을 그릴 타이밍을 못 찾는 경우도 많지만, 이 풍경은 진짜 오래 기억하고 싶다거나 나중에 힘이 들 때 여기를 떠올리고 싶다거나 하는 순간이 있다. 그럴때 아주 좋은 구도로 사진을 찍어두는 것은 필수고, 그 장면을 그림으로 그리는 것도 좋다.

여행지에서 기록을 시작하기 전, 여행을 떠나기전 아래 영상을 추천한다.

그림을 현장에서 그리면 더욱 좋지만, 김영하작가의 말처럼 다녀와서 그려도 충분하다.

그림은 잘 그리는 게 중요하지 않다.

그림을 그리는 것의 장점은 풍경을 더 자세히 보게 된다는 점 같다. 필자는 그림을 그리면서 나뭇잎의 모양과 마디의 길이가 얼마나 이국적인 느낌을 주는지, 수영장 근처의 썬팅 베드가 아마도 사람처럼 누워있어서 수영장이 그렇게 편안해보였구나 하는 웃긴 생각도 했다.

 

 

내손이 왜 이렇게 노랗지 피곤한가 했더니, 탔다. 푸켓 여행 내내 나름 애썼는데 꽤 야무지게 타서 노르스름하게 익은 빵 같다. 여행지의 기록법을 새로이 찾는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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