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팡귄랜드/여행

1월 푸켓여행 1일차 공항에서 숙소로

by 팡귄 2023. 1. 16.

2023년 1월 1일
푸켓공항 > 픽업버스 > 레지던스 호텔



인천에서 출발한 비행기는 저녁에 푸켓 공항에 도착을 했다. 아마 9시 40분쯤 되었던 것 같다. 가장 처음에 인상깊었던 것은 영어 자체도 매우 적은 안내판들마다 쓰여있던 태국어였다. 전혀 읽을 수 없었다. 내가 한글과 영어 외에는 완전한 문맹인이라는 사실을 절실히 느꼈다.
푸켓 공항은 꽤 작게 느껴졌다. (돌아오는 날에 알았지만 그렇게까지 작은 것은 아니었다.)
비행기를 홀로 탔던 여성분은 우리와 나란히 앉은 창가 좌석에서 창밖을 내리 내다보고 계셨다. 너무나 뚫어져라 창밖을 보고 계셔서 혹시나 그 너머로 뭐가 있나 하고 머리를 움직여가며 애써서 보았으나 딱히 볼 것은 없어보였다.
그냥 깜깜한 밤이었다. 그러다 문득 저 깜깜한 일부 중에 어딘가는 깊은 바다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순간 무서워졌다.

도착한 푸켓의 첫인상은 걱정과 달리 ‘우와 덥다’는 아니었다. 공항은 에어컨 덕분에 꽤 시원했기 때문이다. 긴바지로도 버틸 만하겠는데 잠시 생각했으나 역시나 큰 착각이었다.
처음 여행지에 도착해서 공항 내부를 가로질러 출구로 나오는 길은, 언제나 그렇듯이 가장 설레는 순간이어서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사방을 열심히 둘러보았다. ‘공항은 뭐를 사든지 대개는 비쌀거야 무엇이든, 저건 비싼건가, 저걸 왜 여기서 팔지, 공항이니까 나라의 대표적인 특산물이 있겠지 저게 특산물인가?’ 이런 저런 끝없는 생각을 하면서 가게의 물건들도 보고 유심을 파는 가게들도 구경했다. 역시 이국적이었다. 가게 간판도, 사람들의 옷차림새도 낯설고, 옷 무늬랑 색깔도 낯설다. 단지 직원들의 표정만 익숙하다. 피곤해보인다.

늦은 시간이라고 생각했는데 밤 10시는 공항에게는 딱히 늦은 시간은 아니었는지 직원들도 많고 열린 가게들이 많았다. 아니 닫힌 가게가 아예 없었던 것 같다.

입국하는 여행객들의 눈을 맞추어 가며 유심을 판매하고 있음을 강하게 알리는 직원들을 우리는 빠르게 지나쳤다. 유심을 미리 한국에서 구매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환전은 내일 할 참이었다.
어느 나라 공항이나 마찬가지겠지만 푸켓 공항에서 환전은 매우 나쁜 선택이다. 여행 후에 돌아보니, 푸켓 시내의 빠통비치가 가장 저렴했고, 다음으로 끄라비가 무난했고, 카오락, 라일레이 등으로 갈수록 점점 좋지 않았다. 그럼에도 가장 최악은 공항이었다. 급하지 않은 이상 차라리 ATM기에서 수수료를 내고 뽑거나, 아주 소액만 환전해서 시내로 가서 추가로 환전하는 편이 좋아보였다.

참, 재밌는 점은 다음날 ATM기를 쓰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 푸켓의 ATM기에서 카드로 인출을 하려면 아무 버튼도 누르지 않고 다짜고짜 카드를 먼저 꽂아야한다는 사실이다. 그럼 카드 주인의 이름까지 친절이 뜨면서 버튼이 나타나고 진행이 된다. 처음에 이걸 몰라서 헤맸다.

첫 숙소는 공항에서 아주 가까운 거리의 숙소를 잡았다. 밤 비행기로 도착하고, 또 현지 분위기가 밤에 돌아다닐 수 있는지, 밤에 돌아다닐 교통편이 있는지 알 길이 없기 때문이었다. 안전한 선택이었다. 물론 나중에 보니 밤에 돌아다닐 교통편이 없지는 않았다. 체력이 없었을 뿐이지.

레지던스 호텔에는 마중나오는 픽업 버스가 있었다. 셔틀버스를 타는 B와 C사이로 오라고 했는데, 전화를 받는 사람은 호텔에 있었던 모양이다. 공항으로 버스를 몰고 온 사람은 다른 사람이었다. 전화를 받는 사람은 우리에게 조금만 있으면 도착한다고 했는데, 픽업 버스는 이미 도착해있었고, 짐은 다 싣고 이제 마지막으로 사람들을 태우는 중이었다. 혹시 레지던스 호텔이냐고 물어본 덕에 가까스로 탑승을 했다. 그나마도 딱 두 자리가 남아있었는데 우리를 제외하고 전부 중국어를 쓰는 젊은이들이었다. 남학생(?) 2명과 여학생 4명이었는데 20대일 듯 싶었다.
이때부터 느꼈는데 운전사도, 직원들도, 왠만한 승객들도 마스크를 쓰고 있지 않았다. 밤이지만 훅 더운 것이 느껴지기 시작할 즈음 시원한 픽업버스에 올랐다.

버스는 밤 도로를 향해 달렸는데, 어딘가가 생각이 났다. 예전에 내가 밤에 도착했던 나라가 또 있던 모양이다. 이상하게 픽업버스가 공항에 데려온 것을 떠올리면 처음 배낭여행을 갔던 영국이 떠오르고 우리들을 픽업해주러 온 아저씨와 어색하게 인사하였던 것과 그 아저씨가 우리를 영국 외곽의 숙소로 떨구어 준게 기억이 난다.
핑크, 인디인 핑크보다는 진한 색의 바지 였다. 확실하지는 않은데 어쨋든 인상적인 색상의 바지였다.
와 영국이군! 하고 느낀 것이 난데없이 바지 색이었는데, 픽업 버스를 탈 때마다 그 친절하면서도,
자기는 픽업이 원래 하는 일이 아니라고 설명했던 (그 설명이 왠지 납득이 가는 생김새와 어색하게 짐을 싣는 행동) 그 아저씨가 떠오른다.

밤에 공항을 벗어나 달리는 길에는 이런 옛 추억이랑 간간히 들리는 젊은이들의 중국어, 픽업버스에 잘 앉았다는 안도감이 함께 했다. 여성 젊은이들은 비교적 말도 웃음도 많았는데, 남성 젊은이들은 말이 꽤 적어서 처음에는 중국인인지 몰랐다. 둘은 한국 젊은이인가 하고 약간의 추리를 시작할 무렵에 중국어를 하면서 작게 웃어 알아차릴 수 있었다. 우리가 탄 픽업버스는 리무진 버스 뭐 그런 것인지, 먹어도 되는가 싶은 양주가 유리장 안에 들어있고, 천장에는 반짝이는 장식이 나름 세련되게 요란해서 내부를 구경하는 소소한 재미를 느끼게 했다. 이때만해도 이 버스가 푸켓 여행에서 타게 될 가장 좋은 교통 수단 중의 하나가 될 것임을 몰랐다.

호텔은 너무나 순식간에 도착했다. 사실 출국 전 지도에서 보면서도 '여기까지 픽업을 하러와?'할 정도로 매우 가까웠다. '다만 큰 도로가 중간에 있어서 걸어서 못 건널 수도 있을테니'하면서 '픽업이 옳다.'라고 생각한 정도로 아주 지척이었다. 역시나 예상대로 버스는 금방 멈추었다.

호텔 주변에는 늦은 밤인데도 거대한 야자나무가 보였다. 역시 여기가 태국이군! 싶은 나무들이 보였고, 호텔 내부의 장식들도 그랬다. 체크인은 중국 젊은이들이 먼저 했는데, 한 여성 젊은이만 2층이 되고 나머지는 1층이 된 모양이었다. 이들이 아쉬움의 작별인사를 하는 것을 보는데 이때까지도 사실 여기가 중국인지, 푸켓인지 싶었다.

직원들도 태국 특유의 억양이 묻어나는 영어가 아니라 우리에게 익숙한 미국식 영어를 구사해서 태국의 느낌이 없었고, 6명의 젊은이들이 버스에서 내리자 더욱 열심히 중국어를 나누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직원과 이 중국 젊은이 무리를 보면서 '우리는 다 아시아 사람이네, 근데 다 다르네' 하는 밑도 끝도 없는 황당한 생각이나 하고 앉아 있었다.


숙소배정은 금방 되었다. 1층 가장 끝 방이었다. 약간 전등이 어둡다고 해야하나 조금 주황빛이었다. 약간 시력이 나빠진 느낌이 들게하는 그런 조도였다. 얼른 캐리어에서 면세점에서 사온 수영복들을 포장을 뜯었다. 여름 옷으로 갈아입고 패딩을 지퍼백에 넣고 눌러서 압축했다며 의기양양해졌다. 물도 마시고, 얼른 씻고, 아주 부지런히 첫 일정을 시작하자마자 동시에 마무리했다. ㅎㅎ 잘 시간이었다. 가족들에게 연락을 하고, 내일 환전을 어디서 할지 이런저런 검색을 하면서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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