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가 긴 학문
'역사가 긴 학문들'이야말로 소위 말하는 역사로 부터 오지 않는 지식에 대한
(미래학에서 말하는 넘쳐나는 지식과 정보를 다루는 창의성을 강조할 때 등장하는 말)
지금 세대들의 사고 방식과 더불어 양립해야 할 것이 아닐까 싶다.
소프트웨어 교육을 자의 반 타의 반 핑계같은 말로 붙잡으며 지내온 시간동안 나는 신기하고 새로운 현상을 던져주는 기술과 사회 변화에만 집중했었다.
역사가 짧은 것이라고 할 수 없으나 기술에 의한 환경을 관찰하는 데 급급했다. 나에게는 그것만으로도 벅찰 정도로 어렵고 신기했기 때문이다.
( )
그런데 그 와중에 역사가 긴 학문이라는 단어가 자꾸 와닿는다. 역사가 긴 학문은 마치 오래된 전통을 지니고 변치않는 이론을 뿌리에 둔 그런 학문이라고 생각해왔다.
정작 '면역작용'으로 전통을 설명했던 그책을 그렇게 좋아하면서도 말이다. ('진정성이라는 거짓말'이라는 책에서 그 나라의 전통의식을 그대로 복원하여 보여주는 것은 관광객을 위한 것일뿐, 그 나라의 사람들이 향유하는 '진정한 문화가 될 수 없다'고 말한다. 어느 나라의 문화이든 시간 속에서 계속 모습을 다르게 해왔다는 것이다. 마치 몸에 병균이 들어왔을때 적절히 반응하여서 몸을 유지 하는 것처럼 말이다. 장식하나 걸음걸이 하나 바뀌지 않은 의식의 재현에서가 아니라 변화해온 것들에서 문화를 찾으라고 말한다.)
예전에 조선시대 밥그릇 크기를 본 적이 있다. 그릇하나의 크기를 보고 그렇게도 놀랐었다. 밥그릇, 그 보잘 것없고 특별할 것도 없는 밥그릇이 놀랍게도 많이 변해왔다.
그것을 몰랐다. 그렇게 많이 변했는지, 겨우 밥을 담는 그릇이 말이다.
밥이 담기는 양은 무엇까지 의미할까?
밥그릇이 단지 접시보다 더 오목하게 만들어진 도구 그 이상이 아니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 긴 시간동안 얼마나 많은 변화를 담았는가.
어쩌면 내가 겉핡기 식으로 알고 있는 학문들도 입이 떡 벌어질 만큼 생김새를 달리 해왔는지도 모른다. 천동설이니 지동설이니 옳고 그름이나 발견에 의한 혁명적인 변화가 아니어도 말이다.
어떤 지식의 표현이 그 생각을 담는 모습을 계속 달리 해왔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너무나 만연해져서 전보다 쉽게 이해되는 부분은 묘사가 자연스레 줄어들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오류와 실수처럼 어떤 표현은 통합되거나 대체되지않았을까?)
이점을 연구하고 싶어졌다. (학문을 독려하는 책 중에서) 동조에서 또 다른 동조로 넘어가는 그 간극을 즐기라는 말이 참 인상 깊다. 무엇보다 내가 다른 동조를 향해 가고 싶은 이유를 찾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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