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저히 하나의 포스팅에는 담기 어려운 책이다. 너무 흥미롭고 신이 난다.
목차
1. 고른 계기, 슬기와 민이 잘했다.
2. 이 책을 3일 동안 만들었다.
3. 책을 읽으면 좋을 사람
4. 활자와 생성형AI의 공통점
(여기까지 오늘의 포스팅)
5.교육자료 및 공식 사이트
6. 타이포그래피
7. 게슈탈트
8. 인터페이스
1. 고른 계기, 슬기와 민이 잘했다.
오블완 챌린지만 아니면 며칠을 두고 천천히 써야할 포스팅인데 말이다. 마음이 급하다!
꽂혀있는 책들 사이에 범상치 않은 옆모습을 보고 골랐다. 전체의 책 이름이 다 보여주는 것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NEW*를 살리면서도 디자인 서적이자, 교육과정이라는 의미는 전달하는 모양이 독특했다. 흔치 않은 과감한 디자인에 눈이 갔다. 책 표지로 책을 평가하는 습관덕분에 잘 골랐다.
원서의 표지를 보니, 한국 디자인팀이 얼마나 대범한 시도를 했는지 알 수 있다.
성공적인 디자인이다. 책의 옆 디자인으로 단번에 무심한 행인 한 명을 끌어왔다.
북커버 디자이너는 작가의 가장 첫, 열렬한 독자라는 글을 읽은 적 있다. 이 두 부부는 이책을 어떻게 읽었길래 글자 위에 글자를 얹을 생각을 했을까? 다시 보면 원서와 한국판의 디자인은 거의 같다. 한글로 얹어진 부분만 다른데, 마치 유튜브나 영화에 자막을 달았으나 위치를 잘못 달았을 때 그런 느낌이다.
2. 이 책은 3일 동안 만들었다.
책 소개 중 사흘 동안 완성되었다는 문장을 보고 의아했다.
어떻게 이 두꺼운 책을 3일 만에 쓴다는 말인가?
이어지는 설명을 보니, 곧 이해가 되면서도 이 책이 더 흥미로워졌다.
이 책은 데이비드 라인퍼트(저자)가 프린스턴 대학교에서 강의했던 디자인 교육과정을 압축한 책이다. 이 과목은 8년 간, 저자가 학생들과 주고 받는 현장 속에서 다듬지며 계속해서 발전했다. (8년 간 같은 과목을 가르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차근차근 누적되고 발전되는 과정이 흥이 날 것 같다.)
기본 어쩌면 평균 이상의 학습 의욕과 이해도를 가진 대학생들이 함께 나눈 생각과 발표들이 다 녹아들었을 것이다.
그렇게 다듬은 강의를 관련 분야의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3일 간 전하는 이벤트(?)를 계획했다. 그 시작은 2018년 7월 13일 금요일이 었다. (그때, 나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생각이 난다. 즐거운 여름이었네.)
금요일을 시작으로 3일 간, 그가 가르쳤던 3개의 과목을 압축하여 하루에 무려 한 과목씩 강연을 이어갔다. 매일 45분씩 6시간 강연이 이루어졌고, 이날의 강연은 모두 녹취되었다. 애초에 출판을 염두하고 진행된 강연이었다.
* 강의가 이루어진 날 쉬는 시간의 이야기도 재미있다. 15분 간의 쉬는 시간에는 음악이 재생되었는데, 아침부터 저녁까지의 시간동안 조금씩 다른 음악이 재생되었다. 고요한 음악을 시작으로 활기찬 음악, 점심 뒤에는 경쾌한 음악으로, 저녁에는 이제 거의 다왔다며 결의를 다지는 음악을 재생했다고 한다.
* 학생들의 작품은 디지털 프로젝션을 통해 전시했다.
(갑자기 드는 생각) 디지털 교과서에 대한 비판적인 논의가 많지만, 예술 분야에서는 디지털 매체가 갈 수 있는 다양한 방향들에 대한 시도가 이미 많이 이루어져왔다. 한 번만 눈을 여기로 돌려보면 어떨까 싶다. 며칠 전 다녀왔던 국립중앙박물관의 의궤 전시도 그렇다. 디지털아카이브에서 의궤를 넘기는 경험은 인상적이었다. 이책 역시 전자책, 비디오 책으로도 만들어졌는데 종이책과 차이점이 있다.
3. 책을 읽으면 좋을 사람
그래픽 디자인은 메시지와 수단을 이해하는 기본 능력이므로, 모든 일반 교육에 포함해야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그러니까 관련 전공자가 아니라도 어떤 의미를 전달하고 이해하는 과정에 대해 생각하고 싶을 때 읽어보면 좋겠다.
또 책의 제목에서 강조하듯이 *새로운* 그래픽 디자인 교육과정을 담은 교과서다. 정의나 규칙을 전하는 정형화된 교과서는 아니다. 타이포그래피 부분은 어렵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오히려 역사를 보는 듯한 재미가 있었다. 인쇄술의 발전부터 이를 이끌어온 인물들의 이야기가 전부라고 봐도 된다.
(잠깐 생각, 마크다운 문법에서는 *로 문장 양쪽에 감싸면 기울임(이탤릭) 효과가 있다. 그걸 의도한 지는 모르겠다.)
4. 활자와 생성형AI의 공통점
타이포 그래피 부분에서 참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손으로 한글자씩 써내려 책을 완성하던 시기에서 16세기 초 인쇄술이 등장하자 사람들의 반응에는 공포도 있었다고 한다. 기계적으로 출력되는 글자는 손글씨를 대신하는, 손글씨와 매우 닮은 것이었지만 사람이 쓰지 않는 글자였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마치 지금의 인공지능 기술을 맞이하는 공포와 비슷했을 것이라 한다.
우리에게는 활자가 익숙하고, 그래서 활자가 사람의 글씨를 따라쓴 무섭고 공포스러운 대상이 아닌데 말이다. 참 흥미로운 이야기다..
타이포 그래피와 나머지 책 부분이야기는 다음 포스팅에서 이어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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