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기록원 교육 프로그램 : 일상의 발견 : 기록적 오늘
https://archives.seoul.go.kr/exhibitions-programs/programs/4027
1. 교육 참여 목적 및 교육 내용
서울시 공공예약 포털을 뒤적거리던 2월에 발견한 프로그램이다.
기록에 대해 배울 수 있다는 기대를 가지고 신청했다. 기록에 대한 기술적인 이해 (수집, 보존, 관리 등)가 가령 역사적 보존가치가 있는 각종 문서나 사진들에 대한 기록 방법일 수도 있을 것 같아서 학술적인 내용이 많더라도 재미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또 일상의 기록이라는 제목에 따라 내 일상을 다르게 보고 즐기고 기록하는 방법을 배우리라 기대했다. 기록을 꾸준히 할 수 없는 사람이라, 기록을 어떻게 잘 정리하는지도 알고 싶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 기대에 충분히 부흥하고 멋진 시간이었다. 그리고 선물로 받은 너무나 푸짐한 기록키트까지 감사한 프로그램이었다. (올해는 기록원에서 이 프로그램 이후로는 더 계획 중인 프로그램은 없다고 하여 좌절하였다만 다른 기관들의 교육프로그램을 더 열심히 찾아봐야겠다.)
당장 내 일상이 가치있게 보이고, 앞으로 해볼 재미있는 기록들이 기대된다. 또 평소에는 어려운 일인데, 다른 사람들의 기록을 보는 것이 재밌었다. 특히, 무엇보다 기록을 즐기는 사람의 '말'들이 인상적이었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나는 기록을 이렇게 해봐야겠구나' 싶은 방법을 배우는 실제적인 기회도 되었다. 학교에서 애들과 해보기에도 참 재밌는 것도 건졌다.
기록에 대한 태도와 즐기는 자세를 배웠던 하루였다.
각종 문서나 사진들의 보존 방법, 정리 방법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어떤 것을 새롭게 바라보는 방법, 다양한 방법으로 기록하는 방법, 기록의 과정을 즐기는 방법, 여행과 일상의 구분, 나만의 기록 방법 이것들을 찾아보는 시간이었다.
+여담으로.. 서울기록원은 외부의 잔디광장이나 나무 그늘 공간, 화단 등이 넓고 전망도 좋다. 전시물도 좋고 내부 도서관은 개인 열람좌석까지 매우 잘 마련되어있다. 한번쯤 더 들려보아야 겠다. 서울기록원 자체도 방문해보길 추천한다.
2. 사진과 기억에 남는 내용
여행이 아니어도 일상 또한 나란하게 기억하는 편입니다.
- 일상도 여행처럼 소중하게 기억하신다고 하는데 계절마다 새소리가 바뀌는 것, 일상에서 소리가 바뀌는 것을 느끼고 그때마다 녹음을 틈틈이 한다고 하셨다. 2가지 소리를 들려주셨는데, 놀랍게도 새소리가 조금씩 달랐다.
도시의 그림자를 기록하는 수업이 있었습니다. 도시마다 그림자가 참 다르게 생겼어요. 도시는 정말 많은 사람들의 욕망이 모여 만들어진 것이잖아요? 그 모양들을 기록해본 수업이었습니다.
- 도시의 그림자가 다 다르다. 여행을 다닐 때마다 떠올려볼 재밌는 문장이다. 무엇보다 제아무리 '도시'라는 같은 카테고리에 묶인 지역이라도 모인 사람들의 욕망이 얼마나 다르겠는가? 또 얼마나 많은 욕망들이 다채롭게 모여있을까? 이런 저런 생각이 이어지는 문장이었다.
선생님이 보여주신 '균형'이라는 제목의 사진
- 정해진 기간 동안 주제를 던져주고 주변에서 그 단어를 떠올리게 하는 것을 찾아오는 것인데, 버섯이 양쪽으로 아슬아슬하게 뻗어 균형을 이룬 그림자 사진도 귀여웠지만 무엇보다 가장 귀여운 것은 쓰레기 봉지였다. 한 학생이 주황색 터질 듯한 일반쓰레기 봉지 사진을 보냈는데, 그 빵빵한 봉투가 쓰러질 듯한 각도로 일주일째 그 기울어진 모습을 유지하며 꿋꿋히 버티고 있다며 '균형'이라는 단어에 어울린다고 제출했다고 한다. 그 주황색 포동포동한 쓰레기가 얼마나 귀엽던지!
기록적 취향을 찾아보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 장기적인 기록을 위해서는 내 취향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키트 안에 있는 기록장은 무려 5년 짜리다. 5년을 기록한다니. 언제든 멈춰도 되고 기록하다가 멈추다가 해도 괜찮다고 하셨다. 기록장을 보니 날짜에 구애받는 구성도 아니면서 시중에서 다이어리를 꽤 이것저것 봤는데 기록을 위한 노트는 처음이라 구성이 흥미롭다.
오늘 이 공간에 들어와서 떠올랐던 것들을 적어봅시다.
사진을 고르고 생각나는 것을 이어 그리거나 적어봅시다.
- 기록원 내부를 모두 활용하는 수업이 재밌었다. 기록원의 어딘가를 찍은 사진이라고 했다. 조각 사진들 중 나는 저것을 골랐는데 바구니에 담긴 레몬, 그리고 창가로 보이는 더운 여름의 바닷가를 이어그렸다.
여행을 언제 떠나며, 내가 여행을 갈 때마다 꼭 하는 것이 있는지 적어보라고 하셨다.
- 적어보니 나는 '시간이 나기만 하면 여행을 떠나며', '엄선한 노래를 준비해서 여행지에서 혼자 산책하며 음악을 들으며 걷기'이다.
가족이나 학교 학생들이 한 공간에 대해 함께 기록하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 일정 기간, 사진기를 주고, 매일 제목을 붙이며 사진을 찍는 프로그램, 가족이 다같이 한 종이에 기록을 하는 프로그램, 학교 공간을 자신이 느끼는 빠르기나 소리, 모양을 기록하여 지도로 그린 프로그램은 다같이 기록을 동시에 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기록은 혼자서만 하는 것이 아니라 다같이 해도 재밌는 것 같다.
3. 야외로 기록하러 나가다.
- 3월 말 수업을 신청하길 너무 잘했다. 목요일 야간 수업 회차를 신청한 경우 기록원이 닫은 밤에 이루어졌던데 야외의 밝은 모습을 기록할 수 없었던 모양이다. 내가 신청한 가장 마지막 회차의 일요일 낮 프로그램은 3월인지라 날도 좋고 기록원 주변의 풍경을 다양하게 볼 시간이 있었다.
과정1) 옥상, 가장 높은 곳에 서서 멀리보기
- 가장 먼저 보이는 것, 그 다음에 보이는 것, 내 눈에 들어오는 것, 그냥 보기
: 처음은 거대한 간판의 글자에 시선이 사로잡혔고, 그다음 건물의 다양한 색이 보였으며 그다음에서야 그 아래 작은 건물들이 눈에 들어왔다. 조금 미안하고 안쓰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파란 하늘에 멋진 날씨였는데 건물을 보니 생각보다 색들이 다양해서 재미있었다. 그러다가 이내 멋진 풍경 사이에서도 가장 멋지게 움직이는 것은 사람들뿐이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운동장에서 많은 사람들이 다채롭게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과정2) 나무가 있는 정원에서 돌아다니며 기록하기
- 곧 사라질 정원이라 함. 나무를 시각을 제외하고 기록하기. 나무를 위로하는 방법이 될 수 있을 것.
: 내가 고른 나무는 축 아래로 쳐져있지만 자라는 중이었다. 아래로 자라는 친구라서 병들거나 죽어가는 나무는 전혀 아니었다.
- 나무로 부터 들리는 소리(나는 두들겨보기로함), 냄새, 촉감, 두께, 단단하기를 기록하기
- 필름을 두고 뒤에 비치는 모습 그대로 따라 그리기
: 나는 사람들의 동작만 모아 그렸다.
- 나를 중심으로 사방으로 들리는 소리를 그리기, 내가 이공간에 어디쯤에 위치하는지 그려보기
: 소리 기록 참 재밌었다.
- 마음에 드는 공간의 색만 기록하기
나는 수돗가를 선택했는데, 보통 수돗가들이 단면이 저렇게 넓지 않은 편인데 여기는 수돗가가 둔탁하고 넓어서 회색 단면이 재밌었다. 회색 단면의 그림자를 자세히 보면 파랑부터 주황 노랑, 회색, 흰색 들이 보였다.
나중에 출력해주셨는데, 사진은 더 시퍼렇게 나왔다.
마지막 30분은 각자 기록을 해보는 시간이었다.
- 기록키트 사용법을 알려주셨다. 들고다니면서 기록하는 작은 카드도 매우 요긴해보인다.
- 나는 생각이 많고 기록은 느렸다. 참여한 다른 분들은 엄청 놀라운 기록들을 보여주셨다. 조별로 앉았는데 공유하는 시간은 따로 없어 아쉬웠지만, 오픈 카톡방에 올라온 작품들이랑 같은 조에 앉은 분들의 다양한 기록을 보는 것만도 너무나 재밌었다. 교육프로그램을 찾아 온 분들은 연령대가 굉장히 다양했다.
기록을 오늘부터 시작해보려고 한다.
- 과정을 기록하는 방법을 설명하는 책
- 공간의 사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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