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lan 더 플랜 게임 리뷰
- 플레이 시간 : 최소 5~10분
- 용량 : 120mb
- 가격 : 무료
- 난이도 : 하
- 조작 : 키보드 방향키
- 운영체제 : 윈도우, 맥, 리눅스
- 제작 : Krillbite Studio
- 추천 : 9/10
스피커, 이어폰을 꼭 준비하길 바라며 큰 모니터에서 플레이한다면 더 좋겠다. 지금 이 게임을 우연히 접했다면 더 이상 이 게임에 대해 검색하지 말고 바로 Steam에 들어가서 무료로 다운받아서 플레이하는 걸 추천한다. 5분 정도면 끝낼 수 있으며 게임 리뷰나 짧은 소개도 보지 말고 시작했을 때 재미가 큰 게임이다.
5분이면 된다. 꼭 직접 해보길.
https://store.steampowered.com/app/250600/The_Plan/
아래부터는 리뷰이자 게임의 스포일러가 되므로, 플레이하고 나서 보기를 강력히 권한다.
"I was happy enough."
1. 플레이어는 어떤 방향으로 향하는가?
잘 만든 게임답게 아무 설명이 없음에도 플레이하는 방법은 간단하고 직관적이다. 키보드의 방향키만 사용하면 충분히 파리가 되어 숲을 날아다닐 수 있다. 어둡지만 무섭지않은 배경과 아름다운 음악이 들려온다. 그 사이에 들리는 파리 소리는 꽤 거슬리는 것 같지만 플레이하다보면 살짝 잊혀진다. 파리의 움직임은 흐린 흔적을 남기며 날아간다. 매우 사실적인 파리의 모습으로 변한 플레이어는 대개 위를 향해 움직인다. 또 좌우로 탐색을 하면서 더 높이 날아간다. 날아가는 캐릭터를 얻은 이상 처음부터 바닥으로 향하는 경우는 드물 것이다. 배경이 하늘이 아니라 물 속이고 물고기가 되었다면 아마도 아래로 향했을 것이다.
2. 한낱 파리 목숨에 목표도 없는 게임
끊임없이 올라가기보다는 여기저기 휘적이면서 올라가기 마련이다. 그 와중에 바람이라는 시련(?)을 만나니 파리가 된 나는 겨우 '파리 목숨'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아주 서글픈 느낌을 받았다. 거미줄에 걸리는 시련도 만나지만, 파리는 열심히 이겨낸다. 나약하기 그지 없다. 그러나 이상하게 별 목표가 없는 게임인데도, 끊임없이 날고 있는 파리 때문인지 게임을 계속 플레이하게 된다. 멈추지 않고 위를 향해 올라가 보았다. 한번은 아래로도 내려가보려 했으나 어느 이상은 내려가기가 되지 않는다. 열심히 살아서 날아간다.
3. 열심히 살아난 것에 대한 결말
열심히 살아난 것에 대한 보답이 무엇일까? 고조되는 배경음악과 별빛 같은 풍경으로 기대감은 점점 커졌다. 그리고 나타난 결말은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굉장히 충격이었다.
점점 절정에 이르는 웅장하고도 몽환적인 배경음악과 빛나는 우주와 같은 풍경을 따라 올라가면, 아주 밝은 빛이 나온다. 멋진 태양이나 달에 도착이라도 했나 싶었으나, 이내 파리가 만난 것은 필라멘트가 선명히 보이는 전구다.
맞다.
결말에서 파리는 전구에 타죽는다.
많은 플레이어들이 짧은 플레이시간에도 호평을 한 이유가 와닿는다.
4. 마지막 장면
커서가 하나 깜빡인다.
뭐라고 적을 것인지는 플레이어의 선택이다. 이렇게 뜻밖의 죽음을 맞이하다니! 결국 이걸 위해 끊임없이 올라왔다는 건가? 허무하면서도 안쓰럽고, 이상하게도 마음에 많은 생각이 올라왔다.
"I was happy enough."
게임을 끄고 보니, 이 문장이 꼭 우리가 죽을때 하고 남기고 싶은 말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5. 배경음악
제작자는 배경음악에 큰 중점을 두고 작업했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이 게임을 몰입하게 만드는 것은 사실적인 파리의 비행이 아니라 아름다운 배경과 고조되는 음악이기 때문이다.
점차 작은 숲에서 높은 하늘로 향해가는 배경의 변화와 함께, 더 웅장해지고 고조되는 음악의 전개는 파리가 드디어 어딘가에 도달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제작자들은 곡을 선정할 때 위로 올라가는 장대한 느낌을 받도록 고민했다고 한다. 그리고 모든 플레이어가 이 음악을 통해 각자의 개인적이면서도 섬세한 비극, 삶과 죽음의 거대함을 결합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 덧붙인다.
실제로 음악이 굉장한 역할을 한다.
Grieg: Peer Gynt Suite No. 1, "Åse's Death" / Thomas Dausgaard & Seattle Symphony - YouTube
꼭 플레이해보길 바란다.
날 수 있는 많은 것들 중에 파리가 아니었다면 어떤 게임으로 기억되었을까 생각해본다. 플레이 시간이 더 길었다면 더 허무했을까? 아니면 화가 났을까?
게임은 '섬세하게 설계된 고난'이라는 설명을 최근 접했다. 그러나 이 게임은 그런 분투형 게임이라고 보기에는 플레이 시간은 길지 않고 분투를 즐기는 것이 목적인 게임은 아니다.
결말을 얻어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한 게임인데 그 목적지는 아무리 천천히 둘러보며 오래 걸려 올라왔든 쉬지 않고 올라왔든 같은 결말이다.
바람이 불때 날갯짓을 조금이라도 해야 휩쓸리지 않고 견디는 파리의 몸짓을 통해, 짧은 플레이 시간임에도 압축적으로 순탄치 않은 파리의 일생을 느끼다보니, 주어진 그 결말이 허무하고 황당하기도 하다. 그러나 화가 나지 않았고 이내 감탄하고 말았다. 그리고 마지막 문장을 적는 순간은 만든 의도가 무엇이든, 내가 오해했든 나에게는 게임의 완성도를 최고로 올린 지점으로 보였다.
게임은 전혀 다른 인물이 되어 살아가보는 기회를 주기도 하지만 이 게임은 마지막 그 장면 덕분에, 내가 전혀 다른 인물로 변하는 것이 아닌 나 자신 그대로가 파리로 들어간 기분을 완성하게 돕는다.
아래로 내려갈 수 없는 것은 시간이 흐르는 것,
거스를 수 없는 세월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갔던 길은 돌아갈 수 없는 장치가 게임에서 흔하지만!) 음악과 함께 잔잔하면서도 기억에 남는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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