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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 대학원/AI윤리

[AI윤리] 예능에 자리 잡는 AI 커버곡

by 팡귄 2024. 9.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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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추석 저녁에 평소 잘 보지도 않는 kbs를 켰더가, 그대로 앉아서는 넋을 놓고(?) 본 프로그램이 있다.

지난 5월 파일럿을 운영해보고, 정규 편성이 되어 막 되어 1회를 시작한 프로그램이었다.

마침, 1회를 시작한 프로그램이라 더 궁금했다. 

 

AI를 즐길거리로 바꾸는 시도

 

 소재는 어쩌면 익숙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매우 흥미롭다. AI로 생성된 가수음성과 진짜 음성을 구별하여 진짜를 찾아내는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가 딥페이크 사건으로 AI기술에 대한 윤리의식의 아주 밑바닥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긍정적인 시도들도 함께 일어나고 있다는 걸 느끼며 다행스러웠다.

  AI 음성과 가수의 대결이라니,  AI기술을 금방 즐길 거리로 바꾸어내는 면이 감탄할 만하다. AI기술들은 온라인 상에서 언제나 괜찮은 즐길거리였지만, 자칫 불쾌감을 주거나 너무나 짧게 사라지는 의미없는 놀이도 적지 않았다. 그런데 이렇게 이해당사자(?)인 가수들을 패널로 불러와 앞에다 앉히고, AI 음성 노래 들려주기를 재미있는 형식으로 바꾸어 내기까지 제작진들의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예상할 수 있듯이, 등장한 패널들은 만들어진 음성에 감탄하기도 하고, 역시나 어색한 면을 열심히 찾아보기도 한다.

 처음 느껴진 것은, 한 출연자의 이야기 맞다나 여러 가수들의 종합 콘서트를 보는 느낌이었다. 재미있을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커버곡으로 선정한 곡은 각 가수들의 전성기에 큰 히트를 쳤던 명곡들이어서 재미가 없기 힘들었다. 재미가 있다.

 또 부르지 않을 것 같은 곡과 어우러진 가수들의 목소리들을 들으면 웃음이 나기도 하고 생각보다 너무 좋아서 감탄스럽기도 했다. 워낙 많은 가수들이 등장했는데, 'AI음성과 사진으로만 등장한' 가수들이 실제로 모두 출연했더라면, 출연료가 꽤 들었을 것 같다.

중간에는 퀴즈를 맞추는 패널들과 무대 뒤에서 등장한 가수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았다.

'내가 하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느꼈다.', '일부러 최대한 AI를 흉내내려고 노력해보았다.'라는 이야기, 그리고 '이건 젊은 시절 목소리 같다, 초창기 앨범을 학습시킨 것 같다.', '내가 잘 아는 친구인데 저노래를 부를 성격이 아니다.' 라는 추리들이 나왔다.

 

진짜의 의미에 더 무게를 얹어주는 비교

 

 매 회차마다 가수들에게 허락을 구할텐데, 어떤 대가를 지불하는지는 기사를 검색해봤지만 찾기는 어려웠다. 출연한 가수와 같은 대가를 지불하는지도 궁금했다. 이프로그램이 계속 방영되면, 나에게는 어떤 것이 익숙해지고 어떤 변화가 자연스럽게 스며들지 고민해봤다.

우선, 음성의 진위를 가릴때 프로그램 규칙의 재미명곡의 커버를 듣는 즐거움, 공감이 가는 패널들의 추리들을 듣다보니 역시나 너무 '재미'있었다. AI커버 곡은 그 자체로 재미가 있었다. 

다만 라운드를 넘어갈수록, 반복되는 순간이 있었다.

 바로 AI 커버곡의 소리에 집중하면서 유지되던 재미와 감동이 빈 마이크만 있는 벽이 등장할 때마다 깨져버리는 순간이다. 빈 마이크가 한 두번 나올때는 '아, 역시 AI였네.', '와, 진짜가 아니었네.'라는 의미만 주었는데, 실제 가수들이 마이크를 들고 나오는 장면이 여럿 등장하면서 점점 둘이 대조되기 시작했다.

 관객들은 진짜 가수에게 환호하고, 그 순간 가수들의 웃음이 섞인 음성의 노래가 담기기도 했다. 가수들이 관객과 눈을 마주치며 호응하는 모습이나, 가사의 발음을 조금 다르게 해서 부르는 부분들, 무대 중앙으로 걸어 나와 서로 소통하니 목소리 말고도 다른 것들로 무대가 가득 찼다.

 반면 AI음성은 제작진의 의도대로 빈 스탠딩 마이크 하나만 등장하는데, 덩그러니 마이크만 놓인 와중에도 AI 음성은 열창을 하고 있으니 어떤 곡에서는 순간적으로 무섭거나, 싸구려의 얄팍하고 가치없는 물건을 발견한 실망이 들기도 했다. 

라운드가 끝으로 갈수록 진짜 사람 가수들이 등장해서 무대를 가득 채우는 재미는 더 대조되어갔다.

AI커버곡을 섣불리 예능으로 끌고 와서 가수들의 설자리를 빼앗는 것이 아니라 노래를 부르는 것이 어떤 것인지, 가수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다시 명확히 짚어주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가수들의 라이브 공연이라 둘이 더 대조가 된다는 생각도 든다. 만약 한 곡은 가수가 불러 녹음한 곡 하나는 AI 커버곡이었다면 이렇게 까지 대조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뒷 부분이 있는, 기대가 되는 현장의 음악은 이미 완성된 곡을 듣는 것과 매우 달랐다.

 

 

 

지난이야기와 마무리

 AI커버곡이 흥미로워 꽤 오랫동안 (여러 사연으로 듣지 못하는) 가수들의 음색이 담긴 곡들을 출근길마다 즐기고는 했었다. 진짜 가수를 대체할 수 있을지, 이런 것들이 나와 다른 사람들 일상에 어떻게 자리 잡을지 궁금했다.

 그러다 실은 작년 말 어떤 가수의 콘서트를 다녀오고 나서 약간의 반성을 했더랬다. AI로는 택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에 올해 또 재미있는 프로그램이 등장했다. 앞으로 또 어떤 즐길거리가 등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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