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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 대학원/논문 책 리뷰

[책] 사유 식탁 : 미덕을 일깨워주는 식재료들과 요리법

by 팡귄 2024. 4. 23.

사유 식탁 : 미덕을 일깨워주는 식재료들과 요리법

 

 

아래의 미덕 중 나는 몇 가지를 갖추고 있나 생각해보자.

 

'좋은 개인'의 원료 (현대사회)
희망 / 장난기 / 성숙함 / 안도감 / 외교술 / 냉소 / 예민함 / 지성 / 친절
인내심 / 비관주의 / 자기이해 / 자기애 / 자기주장 / 동정심 / 감사하는 마음

선뜻 이게 어떻게 좋은 개인을 이루는지 와닿지 않는 미덕들도 보인다. 그래서 이책은 이 미덕이 어떻게 좋은 개인이 되길 돕는지, 이 미덕을 담고있는 식재료들을 함께 소개한다. 그리고 그 식재료를 요리하는 방법도 몇 가지 곁들였다.
 


이책은 불안을 잠재우는 요리책이다.

생각이 많을때 읽거나, 친구들을 집에 초대해 요리를 할 계획이거나, 요즘 입맛이 없으면 읽기에 좋은 책이다.
교보문고에서는 이책이 요리/요리일반 으로 분류되어있다. 잘한 선택이라고 보인다.
사유하는 과정을 요리처럼 표현한 책이 아니라, '사유 = 요리' 라는 말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요리책이 맞다!
정신상태가 애매하거나 불안할 때는 알랭드 보통이 쓴 책을 아무거나 읽으면 된다는 걸 다시 깨달았다. 미덕을 갖추라고 안내하는 도덕책이 아니라, 이 미덕들이 내 인생을 잘 굴러가게 각자들 제 역할을 해줄 것임을 말해준다.
 


책의 도입을 꼭 읽기를 바람.

 이책의 도입 부분이 아주 마음에 든다. 인생학교가 본보기로 삼는 미켈란젤로, 피치노, 바이에른의 교회가 우리의 감각을 통해 사상을 표현했음을 이야기하는데, 그 예시가 쉽고도 공감이 간다. 이책이 왜 요리로 미덕을 이야기하려는지 설득하는 부분이다. 그리고 꽤 설득이 된다!

 


생각을 전달하는 데에 기여하는 감각.

 앞서 언급한 미켈란젤로, 피치노, 바이에른의 교회는 모두 논리보다 감각을 사용한다. 육감적이고 당당한 조각, 빛이 들어오는 창들을 통해 장엄한 느낌을 주기도 하며 탁 트인 공간의 기쁨을 선사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것들이 정신을 고양시키며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종교를 위한 설득일 수도 있고, 정치적인 의도일 수도 있다. 생각들 전달하는 과정에 감각이 기여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좌) 다비드상 / (우) Martin Kozák -  Alfons Mucha's window of St. Vitus Cathedral, Prague.

 여행 중에 유럽에서 만나는 멋진 조각들이나 교회의 아름다운 스테인글라스에서 전해지는 것들을 떠올려보면 된다. 이러한 감각의 도움에 주목해서 요리의 식재료를 짚으며, 그 식재료가 어떤 미덕을 일깨워주는지로 책이 시작된다.


나는 미덕을 적절히 갖추었나?

미덕은 오랜만에 듣는 단어다. 
책에서는 고대 그리스 아리스토텔레스의 미덕과 현대의 미덕을 비교하는데, 살펴보면 재미가 있다.

'좋은 시민'의 원료 (니코마코스 윤리학)
용기 / 온화함 / 절제 / 정직 / 관용 / 재치 / 기품
친절 / 아량 / 겸손 / 적절한 야심 / 의분(불의에 대한 분노)

 적절한 야심도 눈길을 끌고, 재치도 미덕에 들어간다니 재미있다. 
 
이제 현대 사회에 필요한 미덕을 살펴보자.

'좋은 개인'의 원료 (현대사회)
희망 / 장난기 / 성숙함 / 안도감 / 외교술 / 냉소 / 예민함 / 지성 / 친절
인내심 / 비관주의 / 자기이해 / 자기애 / 자기주장 / 동정심 / 감사하는 마음

외교술, 예민함, 냉소, 비관주의가 눈길을 끈다. 그리고 이 순서대로 식재료가 함께 등장한다.
레몬부터 시작이다. 레몬은 희망을 보여준다.

 희망, 순진하고 유치한 태도로 비춰질 수도 있다. 생각해보면 '희망'이라는 단어를 생각보다 부정적으로 가져갈 때가 많다. 뜬구름, 철 없는, 근거 없는 기대, 어린 시절에나 가져볼만한 것, 현실감각이 없는. 그러면 가져봐야 의미없는 것일까?
그러나 첫 문단에서 희망은 생각보다 강력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일깨워 준다. 우리의 계획을 무너뜨리는 것은 잘못된 판단이나 해결이 불가능한 문제에 그 원인이 있는게 아니라, 희망이 바닥날 때 우리가 힘들고 어려운 삶에서 믿음을 내려놓고는 더 이상 나아가기를 포기하는 것이 그 원인이라는 것이다.

레몬이 시작인 것은 저자가 독자들을 토닥여주면서 시작하고 싶었던 건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아주 따뜻하고 경쾌한 레몬의 사진과 레몬 이야기를 읽고나면, 부스터가 달린 듯이 책장이 넘어간다.
라임. 두번째는 장난기를 담은 라임이다. 라임이나 레몬이나 닮았지만, 레몬보다는 환영받지 못하는 천덕꾸러기 같은 라임이 얼마나 요리에 뜻밖의 즐거움을 주는지를 이야기한다. 라임을 참 좋아하는 입장에서 이친구가 2등으로 등장하는 것도 반갑고, 장난기라는 미덕이랑 연결된 것도 마음에 든다.

다른 식재료들도 재밌었는데 케이퍼가 냉소와 연결된 것도 재밌다. 그리고 냉소의 쓰임에 대한 이야기도 재미있어 잘 적어두었다. 자기애를 뜻하는 초콜릿의 설명도 아주 마음에 든다.
식재료를 순서대로 적어보면, (위에서 나란히 적은 미덕과 짝지어 진다.)

레몬 - 희망 / 라임 - 장난기 / 무화과 - 성숙함 / 아보카도 - 안도감 / 올리브유 - 외교술 / 케이퍼 - 냉소
가지  - 예민함 / 민트 - 지성 / 꿀 - 친절 / 피스타치오 - 인내심 / 버섯 - 비관주의 
호두 - 자기이해 / 초콜릿 - 자기애 / 마늘 - 자기주장 / 달걀 - 동정심 / 루바브 - 감사하는 마음

 문화적 차이로 인해 한국인에게는 낯선 식재료가 있다. 그래도 이해하는 데에 어려움이 없었다. 다만 버섯이 비관주의랑 연결되는 것은 개인적으로 버섯의 서식지에서 유래한 특징이라해도 섭섭하긴 했다. 비관주의라고 할 것까지야!

호두에 대한 설명은 짧지만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호두 설명도 꼭 읽어보길.


 

매일 치르는 세 번의 식사를 다르게 즐기기.

 식재료는 요리법과 함께 5,6쪽에 걸쳐 등장한다. 이어지는 장에서는 자신을 돌보기 위한 음식들, 친구들과 즐기는 요리, 우리가 식사를 즐기며 나누어야한 대화들을 담아두었다.

 이책을 읽고나면 새삼 식탁이 달리 보인다. 다양한 식재료와 다양한 요리들이 이야기를 담고 있다. 냄새나 식감, 모양, 빛깔, 온기나 냉기를 즐기면서 식사 시간을 전보다 더 의미있게 보내게 된다.
 식재료를 다듬는 과정, 조리가 되는 과정, 완성되고 나누어 먹는 과정 모두 우리 일상에 주는 큰 의미가 있다. 곰곰히 생각해볼 필요가 있었다.
 
도서관에서 돌아와  '나는 이재료에서 어떤 생각을 느끼고 있을까?' 둥둥 떠올리면서 저녁 밥을 해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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