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팡귄랜드/일상 후기

[후기] 후각 상실회복 및 후각 과민을 겪고 있는 분들께

by 팡귄 2024. 11. 22.

내 블로그에는 후각을 키워드로 들어오는 분들이 꾸준히 있다. 이전 포스팅은 후각 상실에 초점이 맞췄는데, 조금 다른 글을 써보기로 했다. 후각이 돌아오고 나서 겪는 일들도 다양하기 때문이다. (이전 포스팅은 아래 접은 글 참고)

목차

1. 후각이 돌아올 때 이런 현상이 생길 수 있어요.

2. 후각 과민, 착후 증상 같은 건가요? 병원에 가지 않았어요?

3. 이상한 냄새가 나는 데 설명하기 어렵네요. 왜 그럴까요?

4. 커피에서 이상한 냄새 나세요? 이놈 때문입니다.

5. 이유를 납득할 수 있는 쉬운 책과 어려운 책 2권 추천

 

1. 후각이 돌아올 때 이런 현상이 생길 수 있어요.

 상황이 비슷하다면, 어느 정도 시기에 후각이 돌아올테고, 어쩌면 나처럼 이상한 냄새를 사방에서 마주하는 경험을 한동안 할 것이다. 나는 1년 정도되어가고, 지금은 거의 옅어졌다.

 드디어 2주 전에는 (그러니까 1년하고도 1달 더 지나서야) 드디어 샴푸 냄새를 맡을 수 있는 정도로 발전했다. (그동안은 시큼하고 비린 냄새에 휘발류 같은, 토할 것 같은 냄새가 났는데,) 어느날 아침 갑자기 향긋한 살구향이 나는 것이다. 가뜩이나 샴푸가 주황색이어서 더 토할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살구향을 맡으니 이쁜 주황색을 몰라 보았구나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2. 후각 과민, 착후 증상 같은 건가요? 병원에 가지 않았어요?

 대학 병원에서 진료의 초점은 후각의 회복이었다. 나는 후각이 돌아왔으므로 그많은 환자들 속에서 (의료파업 등으로 가뜩이나 바글바글했다.) 심각하지 않은 환자가 되었다. 이런 저런 냄새가 난다고 물어보려 적어갔지만, "아이구, 이제는 너무 잘 맡아도 걱정이에요?"하며 허허 웃으시면서  진료가 끝이 났다. 맞는 말이기는 했다. 당시에는 뭐 잘 맡는 걸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나왔다. 1~2달은 돌아오는 후각이 적응 중이라고 생각하며 관찰해보기로 했다. 대학병원에서의 진료는 그렇게 끝났고 일반 병원으로 회송처리 되었다. 당시 포스팅은 아래 참고!

2024.03.26 - [팡귄랜드/일상 후기] - [4탄] 엔딩. 후각상실 이후 대학병원에서 외래 회송 처리 #회송 #후각치료

 그리고 1년 동안 관찰하고 또 오늘 발견한 책과 다른 연구들을 보건데, (나의 경우에) 후각이 돌아오는 과정에서 겪을 수 밖에 없는 현상이라는 것이라 결론을 내렸다. 아래서 더 이야기하겠다.

 

3. 이상한 냄새가 나는 데 설명하기 어렵네요. 맞습니다.

 내가 뜨거운 커피에서 맡는 냄새가 있다. 후각이 돌아왔을 당시가 가장 심했다. 스타벅스에 들어가면 이 냄새가 진동을 한다. 이 향(냄새..)는 황갈색의 냄새다. 뜨거운 냄새며, 약간 오랫동안 고여있는 냄새다. 얼핏 무뎌질 것 같다가도 고개를 돌리면 슬쩍 다시 찾아오는 냄새다. 내가 좋아하는 커피에서도 나고 간혹 가다 따뜻한 음식 중에도 난다.

나는 아직도 설명하기 어렵다.

 왜 그럴까? 히라야마 노리아키가 쓴 <향의 과학>에서 재미있는 단서를 얻어보자.

 


향에 대한 연구는 시각, 청각, 미각, 촉각에 대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시각은 인간에게 수많은 정보를 전달하는 반면, 후각은 그렇지 않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반대하는 의견이다.) 미각은 흑백요리사의 열풍만 봐도 알 수 있듯이 감각 중에서는 탑 연예인이다.

 때문에 한껏 소외된 후각은 그 향을 표현하는 언어가 적다. 대신 다른 감각의 표현을 전용하고는 한다.

 단맛, 짠맛, 신맛은 미각의 표현인데 이를 그대로 빌려와서 단 냄새, 짠 냄새, 신 냄새라고 한다거나 촉각에게 신세를 져서 '코를 찌르는 듯한 냄새', '눅눅한 냄새' 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마저도  ~같은 냄새로 설명하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상한 냄새가 나는데 도저히 설명하기도 어려울 수밖에 없다. 처음 맡아보는 냄새라서 어디에 빗댈 것도 없고, 그렇다고 눈에 보이는 그림처럼 부분부분을 설명할 수도 없다. 후각만큼 서로 공유하기 어려운 감각이 또 없다.


4. 커피에서 이상한 냄새 나세요? 이놈 때문입니다.

 

 어제 그리고 오늘 발견한 두 책에서, 1년 동안 나와 숨바꼭질을 한 친구, 그 친구를 찾아왔다.

내가 반드시 찾아내리라 했던 그 커피 냄새의 원인이다. 

보물 찾기에서 쪽지 하나 발견한 기분

그간 추측 중에서 확실한 단서는 가열한 음식에서는 난다는 것이었다. 한동안 차가운 음식에서 나는 냄새와 뜨거운 음식에서 나는 냄새가 있었다. 다음 포스팅을 하게된다면 그 이유도 다루겠다. 가열하면 발생하는 냄새분자가 있기 때문이다. 

푸르푸릴 메르캅탄 C5H6OS

(1년 동안 못 찾은 이유를 설명이라도 해주겠다는 듯 복잡한 이름을 지녔다. 무슨 파랑색 포켓몬일 것 같은 이름이다.)

 얼핏 이 친구를 뉴스기사에서도 만났었는데, 문제는 이게 여러 동의어가 있다. Furan-2-ylmetanethiol, 번역기사에 따라, 2-푸란메탄티올, 푸르푸릴 메르캅탄, 2후라메탄에티올, 후릴메탄에티올 2개로 표기하기도 한다. 이 친구의 기능을 책에서 빌려 간단하게 설명하면 아래와 같다.

향을 유발하는 분자는 냄새와 일대일 매칭이 되는 것이 아니다. 농도에 따라 전혀 다른 향이 되기도 한다.

이상한 냄새를 맡는 다는 것은 후각세포가 초능력을 가졌다거나, 나의 뇌가 돌아버려서가 아니다.

(사실 위와 같이 걱정했다. 내가 무슨 능력이 생긴 건지, 아니면 뇌 어디가 망가진 것인지 말이다.)

 

1) 냄새를 유발하는 분자들 입장에서 서술하면, 같은 분자라도 농도가 묽으면 꽃향기로 인식되는데, 진하면 똥냄새가 나기도 한다. 인돌이라는 분자가 그렇다.

 

2) 후각장애 후유증이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 서술하면,

푸르푸릴 메틸캅탄은 역치가 낮아서 회복 중에 가장 쉽게 감지할 수 있는 물질이기 때문이다.

http://www.seehint.com/

 

실제로 현재는 이냄새가 많이 줄었다. 후각이 회복 중이라는 신호니까 다들 힘내길 바란다.

 

5. 이유를 납득할 수 있는 쉬운 책과 어려운 책 2권 추천

2권을 추천하고 마치겠다.

쉽고 반가운 사례가 많아서 이해가 잘 되는 책:

사과 향은 없다.

저자 최낙언씨가 운영하는 사이트 http://www.seehint.com/

 

어렵지만 후각세포의 원리부터 향에 관한 문학, 사례들을 다양하게 가져와서 위로가 되는 책:

향의 과학

두 저자에게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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