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탄] 엔딩. 후각상실 이후 대학병원에서 외래 회송 처리 #회송 #후각치료

생각보다 내 글을 꼼꼼하게 읽고 도움을 받는 분들이 있어서 열흘 전 병원에 다녀온 이야기를 또 올리기로 했다.

(이전 이야기는 아래 글 참고)

https://pangguinland.tistory.com/302

[3탄] 후각 상실 증상과 회복 기록 및 후유 장애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학병원에서 외래 회송으로 처리되어 아마도(?) 앞으로 세브란스 병원을 가지 않아도 되는 엔딩을 맞이했다. 이상한 냄새가 나는 내 현재 상황에 대해서도 나 나름의 궁금증은 조금 해결했다.

 작년 9월에 이어서 3월에 두 번째의 후각 검사를 받으면서 큰 차이가 있었다. 작년에는 그렇게 희미하게 한 가지 향이 나거나 나지않더니, 이번에는 각종 화학 성분과 이상한 냄새들이 이것저것 뒤섞여 맡아졌다. 사이 사이에서 초코, 누룽지 향이 섞인 느낌이어서 역겹기 까지 했다. 향이 맡아지고 구별되는 게 어디냐 싶은데, 내가 현재 느끼는 증상이 딱 이 상태구나 정리가 된다.

즉, 후각 상실 후 6개월이 지난 내 후각상태는 [과거에 알고 있던 향들도 다 느껴지는데,] 이와 [동시에 처음 맡아보는 향들도 함께 생겨난 꼴]이다.

 

[목차]

1. 진료회송제도란

2. 2차 후각 검사 결과는?

3. 진료 내용은?

4. 참, 셔틀버스가 있더라!

 

 

1. 진료 회송 제도 란? 

 환자를 되돌려 보낸다고? 서운하거나 오해할 필요는 없다.

회송이란, 중증치료나 응급치료가 종료되어, 즉 호전이 되어 환자를 1차 또는 병,의원급으로 보내어 진료하는 것이다. 간단히 말해 병이 많이 나았으니 대학병원에서 환자를 동네병원으로 돌려보내어 진료하도록 의뢰하는 것이다.

 되돌려 보낸다는 것은 보통 이전에 의뢰했던 의료기관(나같은 경우 집앞 이비인후과)에 다시 보내기 때문이다. 물론, 꼭 처음에 의뢰한 병원이 아니어도 되며 내가 원하는 병원으로 선택하여 갈 수 있다. 진료 회송 제도는 2016년부터 시작했지만 생경한 사람들이 꽤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대형병원에 환자가 몰리는 것을 막는 효과는 있지만, 10명 중 4명 꼴로는 회송 후에 다시 상급 종합 병원을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2021년 기사에 따르면 39%의 회송 환자들이, 회송 직후 바로 다른 종합병원을 이용했다고 한다. .... 물론 이중에 다시 질환이 심해진 경우도 있겠으나 이중 24%는 경증질환자임에도 가까운 병,의원을 찾지 않고 바로 다른 대학병원을 찾았다고 한다.

 회송 진료를 위해서는 마지막 진료를 보는 날 '의무기록 사본 증명서', '요양급여 회송서' 등의 서류를 병원에서 미리 받아서 나오면 된다. 물론 병원에서 잘 설명해주고 처리해주므로 길만 조금 헤매면 받아올 수 있다.

 *세브란스(신촌) 병원의 경우 본관 3층 입구 옆 귀퉁이에 (무슨 atm기 있을 은행처럼 생긴 곳) 회송 처리 센터가 있다. 그리고 의무기록 사본 증명서는 다시 2층으로 한층 내려가야 한다. 그렇다! 나는 두번째 방문이니까 자신있었는데 이날도 길을 잃었었다. 2층 가는 에스컬레이터를 못찾아서 비상구 계단으로.. 갔다. ㅎ

 

2. 2차 후각 검사 결과는?

 

 첫 진료를 받았던 9월 13일에 6개월 후 진료예약을 하고 왔기 때문에 정확히 3월 13일 아침에 병원을 방문했다. 9시 50분으로 예약을 잡은 나를 원망하며 출근길 및 이대, 연대 학생들과 함께 병원으로 향했다.

진료 소요시간은 1시간으로 매우 일찍 끝이 났다.

진료내용은 2번째 진료였으므로 코 내부 엑스레이는 없이 바로 후각검사 > 진료 였다.

( 초진을 담담해주시는 젊은 의사분이 있었는데, 지금 의료파업이라 그랬을지 없었다. 단계가 하나 줄었는데 혼자 남은 의사선생님이 그 단계를 다 감당해야할테니 고단할 것 같아 안타까웠다. )

1차 때와 마찬가지로 후각검사키트로 검사를 받았다. 미각검사는 하지 않았다. 나의 경우 1차 때도 미각검사결과가 좋아서 이번에는 하지 않을 수 있었다.

 

첫번째 단계 : 특정 냄새를 알려주고 이 냄새가 나는 것을 3개 중에서 찾아내기.

: 얼마나 희미한 냄새까지 맡을 수 있는지(역치)를 알아내는 단계다.

 

 가령 A세트에 3개의 펜을 열면 그중 하나에서 냄새가 나는 꼴이다. B,C,D... 이런 식으로 여러 번의 세트를 만나게 된다.

이번 후각검사는 솔직히 혼란스러웠다. 1차(23년9월13일)와 비교하여 2차(24년3월13일)를 나열해보겠다.

1차 : 3개 중 1개에서 희미하게 나는 것이 있어 찾을 수 있었다.

2차 : 당혹스럽게도 3개 다 냄새가 난다. 그중에 하나는 내가 맡아야하는 향이 살짝 섞인 느낌이다.

"원래 3개의 펜에서 모두 향이 나요?" 물었더니, 그렇지는 않은데 이 펜 특유의 냄새가 좀 날 수 있다고 했다. 내 후각이 정상이 아닌지 나는 그 향의 강도가 쎄서 당황스러웠다. 색이 섞여 나는 중에 내가 맡아야하는 꽃향이 나는 애를 찾아 정답을 말했다. '역치'를 찾아야하는 단계인데 나는 얼마나 희미한 냄새까지 맡는지 찾는 것과 동시에 여러 향 속에서 '식별'까지 하려니 힘들었다.

 

두번째 단계 : 다른 냄새가 나는 것을 3개 중에서 찾아내기.

: 서로 다른 냄새를 구별하는지 (식별)를 알아보는 단계다.

1차 : 느낌이라고 해야할지 뭔가 다른게 있는 것을 찍으며 간신히 풀었다.

2차 : 죄다 냄새가 나는데 3개 다 공통으로 나는 냄새 가운데서 뭔가 다른 느낌인 냄새가 섞인 것을 찾았다.

 

세번째 단계 : 특정 냄새를 찾기

 : 어떤 냄새인지 (인지)할 수 있는지 알아보는 단계.

 이쯤되면 하도 킁킁대면서 냄새를 맡았던지라 약간 어지럽다. ㅎㅎ 멍멍이 같은 내 모습에 살짝 웃음이 나는 단계다.

1차 : 초콜릿향, 누룽지향, 숯불고기향을 맡아 울컥할 뻔 했었다. 검사 당시 거의 2달 가까이 못 맡은 냄새를 맡았던 것이라 반가웠었다. 약하게나마 향을 맡으며 회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얻었었다.

2차 : 한번 해봤었으니 이게 검사의 마지막 단계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다만 앞선 단계에서 이미 너무 혼란스러운 냄새를 맡은 터라 힘든 상태였는데 마지막 단계는 솔직히 역하고 힘들었다. 작년에는 그렇게 희미하게 한 가지 향이 나더니 이날은 각종 화학 성분과 이상한 냄새들 사이에서 초코, 누룽지 향이 섞인채로 다가왔다. 향이 인지되는 것이 어디냐 싶었지만 함께 나는 다른 향 때문에 역겨웠다.

 

3. 진료 내용은?

 6개월 만에 받는 진료라서 물어볼 것들을 나름 준비했었으나 저번처럼 묻지는 못 했다.

"너무 많은 냄새가 나요."라고 하자, 의사선생님은 웃으시며

"너무 잘 맡아지는 것도 문제가 되나요?" 하셨다.

 비꼰다거나 놀리는 말이 아니었다. 나는 그 의미가 와닿기는 했다. 내 전후로 들어오는 환자들은 예전의 나처럼 후각이 아예 사라진 분들이 대부분일테니 말이다. 냄새를 맡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 상태란 말이다. 나도 그랬기 때문에 잘 맡아지는 거! 그래 좋지.. 공감은 갔으나 이내 솔직한 마음으로는

'너무 잘 맡아지는 것도 문제가 되고 있어요..'였다.

마치,

청각으로 따지면 예전에 잘 듣던 노래에서 너무 많은 잡음이 함께 나는 거랑 비슷하다.

시력으로 생각해보면.. 잘 보이던 글자에 막 여러 색이나 모양이 섞여있다고 해야하나?

 하나 궁금했던 것은 해결했는데, 내가 이전에 맡았던 것들을 착각하는 것인지, 못 맡던 것이 맡아지는 것인지 이것이 궁금했었다.

내가 후각 검사를 하면서 내린 결론은 내가 이전에 맡았던 것들은 제대로 난다. 후각키트에 있는 것들은 예전 향이랑 비슷했다. 더 잘 맡아지는 것도 있었다. 그전보다 진해진 느낌이었다. (후각이 돌아왔으니!) 다만, 저번에 검사할 때 전혀 못 맡았던 이상한 냄새들이 많이 났다. 진짜 신기하면서도 안타까웠다. 

내가 요즘 제일 힘들어하는 것은 우리집 샴푸냄새다. 시큼하면서도 구역질나는 냄새다. 시큼으로 표현이 안된다.ㅎ 놀랍게도 이게 핸드크림에서도 나는 경우가 있는데, 화학성분이 공통적으로 들어가는게 있는 모양이다. 다만, 이날 후각검사에서는 내가 그동안 고질적으로 맡은 이상한 냄새들과 또 다른 냄새들이 났다. ㅎ 

내가 이전에 잘 못 맡던 것을 맡게 된 것 같다. 안 맡아졌어야 정상인 것들인가? 

 

 

4. 참, 셔틀버스가 있더라! (신촌역 1번 출구에서 탑승 및 하차 가능)

회송 처리되어 다시 안 올 세브란스 병원을 떠나는 날 셔틀버스의 존재를 알게 되어 꽤 유감이었다. ㅎ

세브란스 암 병원 입구(후문쪽) 앞이나 세브란스 본관 3층 정문입구(이비인후과 검사를 받고 나오는 길에)에서 쭈욱 내려오다가, 그 암병원 사이에 연두색 신촌역 셔틀버스 정류장이 있다.

 진료 증빙서류 등을 보여줘야한다고 하나, 확인 없이 그냥 무료로 태워주신다.

큰 병원에서 은근히 걸어다니다보면 지치기 때문에 셔틀버스를 타주는 것도 추천한다. 6~7분 기다리다가 출발하신다.  신촌역 1번 출구로 내려주신다.!

세브란스 신촌 병원 셔틀버스 운영 시간

(1)  병원 → 신촌역 1번 출구

평일 07:50 ~ 18:30

토요일 08:00 ~ 13:20 

(2) 신촌역 1번 출구 → 병원

평일 07:50 ~ 18:40

토요일 07:30 ~ 13:30 

 

 

이제 내 후각을 받아들이면서 사는 수 밖에 없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