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팡귄랜드/일상 후기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 PAST LIVES - 완벽하고 섬세하게 설계된

by 팡귄 2024. 3. 14.

사람이 쓴 글

패스트 라이브즈 PAST LIVES 후기

개봉일: 2024년 3월 6일

감독: 셀린 송
배우: 그레타 리(노라, 나영 역), 유태오(해성 역), 존 마가로(아서 역)


오랜만에 다시 봐야겠다는 영화를 찾았다.
소장하고 싶은 혹은 정말 추천하고 싶은 영화도 있었지만 말그대로 다음날 다시 본 영화는 또 처음이다.

1. 포스터의 시선

 포스터를 잘 만든 영화 중 하나이다. 배우가 비장한 표정으로 관객을 바라본다거나 먼 곳을 응시하는 포스터들도 많은데 두 인물이 서로를 바라보는 것 만큼 이 영화를 정확하게 표현할 수는 없으리라 생각이 든다. 볼수록 그레타 리라는 배우의 표정이 매력적이다.

2. 이 영화를 보면 안되는 사람

 총 3명의 인물들과 이영화를 같이 보았는데, 각기 반응이 너무 달라 영화를 보면 실망할 사람을 안내하고 싶다.

30대, 60대 여성은 영화의 전개, 대사나 장면의 순서에 대해 크게 만족하였고 감탄까지 했다.

30대 남성의 경우 이 영화는 아마추어 영화이며 글로 한국을 배운 외국인이 만든 영화라고 비판을 했다.

물론 일반화할 필요는 없지만 약간 근거가 보였다. 우선 필자는 전개, 대사와 장면의 순서에 감탄했던 사람들과 공감했다. 다만, 두 연인의 재회라는 주제의 영화를 여럿 보았다면 비슷한 흐름으로 느껴질 수 있다. 

한국어를 유창하게 해야 맞을 해성 역의 유태오가 한국어가 어눌한 점이 다소 거슬릴 수 있다. 두 외국인이 연기하는 한국 문화를 담은 듯한 연인 이야기가 되어버린 느낌이다.

그럼에도 나는 이영화가 매우 좋았다. 감정을 전달하는 방식과 속도가 매우 만족스러웠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한국어를 잘 못하거나 한국문화를 잘 모르는 30대 이상의 여성에게 추천한다.ㅎㅎ 극장에서 관객의 대부분이 여성이기도 했는데 60대 여성으로 보이는 두 아주머니는 눈물도 흘리며 감동하셨다. 

 

3. 영화가 재밌었던 점

이제부터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다.

영화를 아주 재밌게 본 후라면 이동진과 셀린 송 감독의 인터뷰를 보는 것을 추천한다. 필자도 이런 인터뷰나 영화 해석을 거의 찾아보지 않는 편인데, 이 인터뷰는 영화 감상을 해치거나 (간혹 내 해석이 완전 오해였다는 듯이 집어내어서 내 감상을 무너뜨리는 경우가 있음) 지나치게 깊은 해석으로 머리가 아프게 하지 않고 딱 좋았다.

[Eng] 미국 다수 매체 선정 작년 최고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 한국에서도 과연?! - 셀린 송 감독 심층 인터뷰 

 

장면 하나씩 짚어보겠다.

#1 첫 바에서 앉아 있는 인물들

 영화 시작부터 '아 이거 정말 재밌겠네.' 하는 확신이 들게하는 구도다. 영화 내내 아시아인, 한국인으로 타국에서 받는 차별 아닌 구별이 언뜻 느껴지는데 이 장면의 대사들에도 구별이 느껴지기도 한다. 특히 중요한 세 인물이, 누가봐도 영화의 주인공인데 그들의 대사가 아닌 얼굴조차 등장하지 않는 제 3자들의 엿보기로 시작하는 점은 영화를 보러온 나같이 느껴지기도 했다. 그리고 마지막 그레타 리의 시선은 감독의 의도와는 달리 나는 뜨끔하게 느껴지는 듯했다.

 

#2 배우의 얼굴들

 유태오는 한국어의 어눌함이 계속 느껴져서 '둘다 이민간 사람 같은데...'하는 아쉬움은 좀 있었다만, 눈빛으로 모든 장면이 해결된 듯 하다. 대사없이 시선과 표정에서 내용이 전달이 더 잘 되었다. 그래서 내심 내가 한국어를 잘 못하는 관객이었다면 이 영화가 더 재밌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중에 기회가 되면, 이 영화 더빙 버전을 볼까 싶기도 하다. (진심이다.) 

 그레타 리는 놀라운 배우다. 처음부터 영화 끝까지 그 표정의 절제나 작은 틈으로 보이는 감정의 변화가 연기 속에 다 드러난다. 어눌한 한국어가 캐릭터에도 맞고, 영화의 마지막 계단 장면에서 나는 깜짝 놀랐다.

#3 입국심사

 입국심사의 인터뷰는 나영과 아서의 관계를 압축적으로 전한다. 이렇게 간단한 장치가 있다니. 그들의 관계가 어떻게 발전하였고, 지금의 상황에 대하여 입국심사관의 질문과 대답으로 전부 전한다. 자연스러우면서도 간결한 전달이었다.

 

#4 영화의 주제

 감독은 태평양과 24년이라는 시간이 그들을 갈라놓은 빌런이라고 말한다. 이제는 어쩔 수 없는 것.  해성과 나영의 첫 태도는 해성이 더 적극적이고 나영은 덤덤하거나 무관심해보이기까지 하다. 이동진의 해석처럼 둘의 사진조차 확대해서 나영만을 보는 해성의 모습, 일관되게 나영을 보는 시선을 보면 간절함과 그리움이 전해진다. 반면 나영은 그런 감정을 보이지 않는 듯 하지만, 짧은 여행의 끝이 다가오기 때문에 더욱 빠르게 심화되어 다가왔다.

정작 남편과는 본 적 없다는 자유의 여신상. 굉장히 많은 장치들이 노라와 아서, 나영과 해성의 관계를 나누고 있다.

 회상이 주제라면, 누구에게나 돌아갈 수 없는 과거의 순간에 대한 그리움을 크게 전해주는 괜찮은 영화였다. 이별이 중심이라면 거스를 수 없는 것들에 대한 위로를 전하는 영화다. 나는 회상이 더 크게 와닿았다. 정말로 그리운 순간은 누구에게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 그리움을 하나씩 열어보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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