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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 대학원/논문 책 리뷰

[책] 게임 데이터가 보여주는 사회학 : 게임의 사회학

by 팡귄 2024. 8. 4.

 게임의 구조나 표현이 갈수록 정교해지면서 가상세계의 모습은 현실세계의 모습과 닮아가고 있다. 저자는 이런 게임 속 세계에서 플레이어들의 행동 역시 실제 현실 속에서의 모습과 닮았으며, 현실 사회를 연구하는데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책을 시작한다. 재미있는 생각이었다. 낯선 사례들이 아니라 한번쯤 게임을 하면서 겪어보았을 사례들이 등장하는데, '이것을 이렇게 분석할 수도 있었구나.'하는 순간들이 많았다.

게임 속에는 접속 기록부터 구입, 이동, 대화 등의 세세한 플레이의 행동이 모두 '로그 데이터'로 기록된다는 장점이 있다. 또 비윤리적인 혹은 현실적으로 구현하기 어려운 연구 주제도 실험해볼 수 있다는 점이 사회학 연구가 가진 한계를 극복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다만 저자 역시 현실세계와 게임세계가 '완벽하게' 동일하지는 않다는 단점을 서론에 집어낸다. 또 익명성이나 부캐가 주는 가면 뒤에서 현실 세계에서와는 오히려 매우 다른 행동을 보일 수 있다. 다만 저자는 다시한 번 이러한 차이가 가져오는 단점이 더 클 것인지, 아니면 세세하게 수집 될 수 있는 로그데이터가 현실 세계 데이터의 한계를 극복하는 장점이 더 클 것인지를 고민해보자며 다양한 사례를 가져온다.

 

이은조 _ 게임의 사회학

 

<목차>

1. 이책을 읽을때 유용한 배경경험

2. 이책을 읽으면 얻을만한 점

 

 

평점 : ⭐ ⭐ ⭐ ⭐ (재미있는 소재로 다양한 생각을 끌어오지만, 한발 물러서는 듯한 저자의 겸손한 서술방식이 손톱만큼 아쉬웠다. 그럼에도 읽어볼만한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다.)

 

 

1. 이책을 읽을때 유용한 배경경험


1) 리니지나 WOW, 파이널판타지 등의 유저였다면 초반부터 신이 나서 읽을 것이다.

사전에 가지고 있으면 유용한 배경경험은 역시 '게임을 해본 경험'이다. 게임 관련 책을 읽어봤어도 되지만, 일단 특히 롤플레잉 게임을 직접 즐겨봤다면 저절로 몰입이 될 것이다.

책에서 리니지2에서 있었던 사건, WoW나 파이널판타지의 이야기들은 플레이를 해본 사람이라면 엄청 몰입되었을 것 같다.

2) 데이터에서 사람들의 행동을 예측하거나 해석하는 일에 관심이 많았다면, 또 재미있을 것이다.

책에서는 여러 가지 논문들도 추천하는데, 사전 지식을 필요로 하는 어려운 난이도도 아니고, 평소 데이터분석에 관심이 있었다면 이책을 읽으면서 데이터 분석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질 것이다. 

 

2. 이책을 읽으면 얻을만한 점

 

아래 질문들이 흥미롭다면 읽어볼만하다. (솔직히 흥미로울 수 밖에 없다!)

 

1. 팬데믹과 종말을 맞이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어떠할까?

: 게임 서비스가 중단 될 때, 사람들은 어떻게 행동했는가? *심즈 온라인 *파이널판타지14

: 게임 속 전염병 버그가 걷잡을 수 없이 퍼졌을 때, 사람들은 어떻게 행동했는가? * WoW

 게임을 즐기지 않았음에도 종종 전설같이 내려오는 일화들은 흥미롭지 않을 수가 없다. 이러한 일화들을 기록하고, 이를 분석하는 논문들이 있다는 것이 매우 흥미로웠다. 서비스가 중단되는 것과 같이 예견가능한 종말에서의 모습도 흥미롭고, 코로나와 같은 전염병에서 보인 플레이어의 행동들은 읽다가 기가 막혀 웃음이 나기도 했다. 그냥 앞에만 읽고 덮어도 재미는 보장해줄 책으로 훌륭했다.

 

2. 인센티브는 항상 유익한 결과를 낳을까?

: 유치원에 늦게 데리러 온 부모들에게 부과한 벌금제도, 이 벌금제도를 폐지했을때 결과는?

: 야구선수 FA 제도는 선수들의 기량 향상에 영향을 주었는가?

: 조직 경영 , 길드에서 얻는 기업의 흥망성쇠에 대한 단서?

지인 중에 스포츠 관련 데이터에 관심이 지대한 이가 있었는데, 스포츠에서는 이런 분석들이 매력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의 두께로도 예측가능하겠지만 엄청 깊이있게 들어가지는 않는다. 그러나 다양한 사례와 분야에 대한 마중물이 되어줄 것 같다.

또 나 스스로 간헐적 보상이나, 보상 자체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고민해봐야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내가 하는 일에서도 이런 고민이 필요할테고, 내가 무언가를 성취하려고 할 때, '보상'을 어떻게 활용했었나 하는 고민도 들었다. (더불어 책에서는 일정 깊이 이상 다루지 않는 부분이 많아서 사회학이나 심리학 관련 책을 좀 더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3. 아이템 현금 거래, 현질 그리고 범죄, 선한 마음씨 개인의 도덕성은 게임의 영향을 받는가?

: 게임은 범죄를 유발하는가? 게임에도 법을 만들면 해결이 될까?

: 게임은 중독을 유도하여 개인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가?

: 조직을 이루어 아이템을 팔아 얻는 수입을 직업으로 사람들을 찾아내는 방법?

: 게임은 도덕성에 영향을 주는가?

 

 리니지2에 있었던 전설의 집행검 사건이 등장한다. 리니지 멧돼지 사건(?)이라고도 검색하면 나올 듯 한데, 게임 속 아이템이 몇 천에서 억 단위까지 넘어가는 값어치를 지녔기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이덕에 집행검은 1억을 넘어가며 왠만한 차량 구입가, 작은 집 전세가와 맞먹어 당시 '집판 검'이라고도 불렸다고 한다.)

 게임에서는 절도가 살인보다 더 무거운 범죄라는 해석은 재미가 있다.

물론 가까운 이가 리니지의 성주라는 화려한 이력을 지니고 있는데, 그의 조언에 따르면, 게임에서는 절도가 애초에 쉽지않으며, 리니지와 같은 게임에서 가장 중한 범죄는 '배신'이라고 한다.

 물건을 자신의 인벤토리, 예를 가방이나 장착한 상태 등에서 내려놓고 바닥에 꺼내놓는 것부터 소유권을 포기한 것과 다름없고 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것을 주워간들 '절도'라 할 수 있을까? 또 살인은 사실 현실에서는 가장 큰 중범죄이지만, 대부분의 게임에서는 '패널티' 를 받는 약간의 불편함에서 그치는 경우가 많다.

 조직적으로 아이템을 채굴하고 이를 팔아 수입을 얻는 조직을 찾아내는 과정은 놀랍도록 멋졌다. 개인이 거래하고 상호작용하는 양상을 바탕으로 해석해내었는데, 감탄이 절로 나온다. 

 게임이 범죄나 폭력성향을 유발하는 가에 대하여, 미국 총기난사 사건과 이를 일으킨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었던 게임의 이야기도 등장한다. 이를 비꼰 마이클 무어 감독의 영화도 차례로 소개되는데, 마지막 챕터에서는 '호혜성'이라는 주제로 선한 마음, 행동을 일으키는 게임의 효과도 등장한다.

 두 사례를 차례대로 읽고 나니 게임이 일상 속 개인의 행동이나 도덕성에 영향을 준다는 것인지 무관하다는 것인지 혼란스러워졌다. 이책의 아쉬움은 이부분인데, 다양한 사례에서 저자의 견해는 한발 물러서 있다는 점이다. 다만 그래서 내 생각을 더 자유롭게 펼쳐볼 수 있기도 하다. 또 상반되는 사례가 그래서 더 다채롭게 실린 듯 하다. (종종 어떤 책에서는 저자의 견해를 지지하기 위한 사례가 몰려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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